[취재수첩] 툭하면 수입…얼마나 쉽겠나

심재웅 기자 2024. 3. 2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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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쉽겠나."

최근 제주에서 열린 '조생양파 수급안정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한 농민이 정부의 수입 일변도 수급 정책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양파 수입량은 평년을 크게 웃돌았다.

스포츠업계도 국내 선수 보호를 위해 무분별한 용병 도입을 제한하는데, 농정 당국의 수입 중심 정책이 농민을 위기에 빠뜨려선 안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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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쉽겠나.”

최근 제주에서 열린 ‘조생양파 수급안정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한 농민이 정부의 수입 일변도 수급 정책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우선 수입 카드부터 꺼내들면 되니 농업 정책을 펼치는 게 참 쉽겠다고 꼬집은 것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양파 수입량은 평년을 크게 웃돌았다. 2022년산 10만1000t, 2023년산 7만2000t의 외국산 양파가 들어왔는데, 이는 평년(3만7000t)보다 각각 2.7배, 1.9배 많은 수준이다.

수입 위주 정책은 품목을 망라해 추진되고 있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긴급 가격안정 대책 속도감 있게 추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이달 중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바나나 1140t, 오렌지 622t을 직수입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사과나 감귤 같은 과일값 상승 소식이 날마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니 대체 품목을 신속하게 수입해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일정량의 수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급한 불을 끄고자 이 카드를 남발하면 국내 농업 골간은 시나브로 허물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야구·축구 등 국내 프로 스포츠는 외국인 용병제도를 운용한다. 각 팀은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 수가 제한되고, 이들은 국내 선수 중심의 경기 진행을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출전할 수 있다. 만일 한두해 국내 선수 보급이 줄거나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외국인 선수를 기존의 2배 넘게 들여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유망주가 대거 이탈하고, 머지않아 해당 스포츠 종목 기반은 무너져내릴 것이다. 따라서 각 프로 스포츠 의사결정 기구는 외국인 선수 증원 등 용병제도 활성화 정책을 추진할 때 긴 숙고기간을 거친다.

농업은 생명과 직결된 필수산업이다. 스포츠업계도 국내 선수 보호를 위해 무분별한 용병 도입을 제한하는데, 농정 당국의 수입 중심 정책이 농민을 위기에 빠뜨려선 안될 노릇이다.

심지어 농민도 고물가에 허덕이고 있다. 통계청이 올 1월 발표한 2023년 농가구입가격지수는 120.4로 기준 연도인 2020년(100) 대비 20.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료·농약 등을 포함한 재료비는 41.4%, 노무비는 32.1% 올랐다. 농가구입가격지수는 농가 경영활동에 투입된 407개 품목의 가격지수다.

당장 수입으로 장바구니 물가를 잡는 일도 좋지만 농가의 생산원가가 늘어난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안정화하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는 게 소비자와 농민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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