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포퓰리즘이 유튜브·알리·넷플릭스 천하를 만들었다
디지털 신대륙은 팬덤 경제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즉 소비자가 왕인 세상이다. 지난 20년간 디지털 플랫폼은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의 생존 비결은 끊임없이 고객들의 ‘좋아요’를 창조해내는 것뿐이었다. 이 경쟁에는 이제 국경도 없고, 언어·문화적 장벽도 없다. 그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최근 약진하는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다.
알리와 테무의 최근 성적은 눈부시다. 지난 2월 기준 사용자 수는 알리가 818만명, 테무가 581만명으로 나타났다. 유통 마진을 없애고 생산자가 바로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췄으니 가격 경쟁력 비교가 되질 않는다. 거기다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까지 적용한 물류 시스템으로 효율을 높였다. 쿠팡의 높은 수수료에 불만을 품은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신선 식품에 대해서도 수수료 0%를 제시하고 있으니 제조 기업들도 마다할 리가 없다. 고객에게 싼값에 준다는데 공정거래위원회도 트집 잡을 거리가 마땅치 않다.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자를 감수하고 점유율을 높이겠다는데 쿠팡도 뭐라고 할 처지가 못 된다. 자신들도 그렇게 경쟁자를 누르고 올라온 거니까. 이러면 국내 유통업계가 무너진다고 모두 걱정이 태산이지만 소비자 대부분에게 이제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미 다른 분야에서는 그런 걸 너무 많이 경험해 왔으니까. 그렇다면 왜 우리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그동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을까? 한때는 세계 최강 디지털 강국이었는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국회에서 만드는 ‘규제 장벽’이 가장 큰 요인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정치인도 팬덤을 만들어야 권력을 잡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좋아요’ 위주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시대, AI 시대가 왔다고 정말 좋아할 우리 국민은 많아야 10명 중 1명이다. 90%가 가진 두려움은 좋은 미끼가 된다. 정치인들은 당연히 국민 90%가 좋아할 정책을 쏟아낸다. 대형 마트가 주말 영업을 하면 영세 상인이 망한다는 논리는 디지털 문명까지 그대로 적용됐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우버도 불법, 에어비앤비도 불법, 암호화폐는 사기, 플랫폼은 악덕 착취 기업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살게 되었다. 전 인류가 플랫폼을 기반으로 디지털 문명으로 전환한 데 이어 이제는 AI 시대로 전환 중인데 90%라는 두려운 국민 팬덤을 등에 업은 ‘규제 장벽’은 우리 문명을 과거에 꽁꽁 가둬두고 있다. 그렇게 대동단결로 막아섰더니 영세 사업자들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 해외 플랫폼들이 어느새 우리 사회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우리는 유튜브로 영상을 보고, 페이스북과 인스타, 틱톡을 쓰고, 넷플릭스로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알리와 테무로 물건을 사며 챗GPT에 미래 지혜를 맡기는 해외 플랫폼 지배 시대에 살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국회가 한 건 더더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규제 장벽’을 높이고 불러다 호통친 것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경쟁력을 잃었고 해외 플랫폼들은 경험과 자본, 거기다 AI까지 무장해 우리 시장을 공략 중이다.
문제는 AI 시대에는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미 전 세계 자본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AI 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챗GPT를 등에 업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4000조원을 넘기며 당당히 세계 1위를 차지했고, AI 반도체를 독점 중인 엔비디아는 단박에 세계 3위 기업이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보다 낮았던 걸 생각하면 AI에 얼마나 많은 세계인이 기대를 걸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국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AI로 무장하고 있는 우버에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규제로 보호받는 우리나라 택시 회사에 투자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하면 어디를 선택할까? 우버는 이미 시가총액 200조원을 넘었다. 넘치는 자본과 뛰어난 인재는 더욱 빨리 AI를 발전시킬 것이고 결국 우리 소비자까지 사로잡을 것이다. 알리와 테무가 그랬듯이.
규제 장벽은 당장은 인기 있는 정책이 되지만 결국 모든 피해는 우리 미래 세대에게 돌아간다. 우리나라 코스피 시가총액 합계는 아직도 2000조원 남짓이다. 규제와 발목 잡기로 일관한 우리 정책이 이미 대한민국을 투자하기 꺼려지는 나라로 낙인찍은 것이다. 90%의 두려운 국민에게 ‘안 변해도 괜찮다’고 달콤한 거짓말로 속삭이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는 시대다. 힘들지만 디지털 미래, AI 시대로 나아가자는 사람들에게 ‘이미 준비된 너희만 좋아지자는 거냐’며 공격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잡는 시대다. 두려움은 미래를 집어삼키는 괴물이다. 디지털 문명, AI 시대를 맞이한 기성세대의 두려움은 미래 세대의 희망까지 다 먹어치우는 중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이다. 후보 대부분은 20~30세대를 위한 비전을 내놓기보다 팬덤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중이다. 당선이 목표라면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90%가 갖고 있는 두려움과 분노를 자극하는 게 효과적임을 이들은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또 많은 괴물이 탄생해 더 강력한 ‘규제 산성’을 세울까 봐 두렵다. 바꾸려면 국민이 달라져야 한다. 국민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에게 ‘좋아요’를 달아주고 팬덤 파워를 채워줘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다가올 AI 시대를 준비하자고 외치는 두려움 없는 후보들에게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 신대륙은 국민이 왕인 나라다. 왕이 되신 국민들의 현명한 한 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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