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잘릴 워싱턴 DC ‘셀럽 벚나무’… 기념사진·이별연주 등 시민 북적
22일 오후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가로지르는 포토맥강에 접한 인공 저수지 ‘타이들 베이슨’의 한 벚나무 앞은 몰려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 나무의 이름은 ‘스텀피(stumpy)’. 워싱턴 일대의 벚나무 4000여 그루 중 지난 몇 년 동안 주민들로부터 제일 많은 사랑을 받은 ‘셀럽 나무’다. 국립공원관리청(NPS)이 5월 스텀피를 포함한 나무 140여 그루를 베어내기로 결정하면서 예년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스텀프(stump)’는 나무의 그루터기, 주요 부분이 잘리거나 부러진 뒤 남은 부분을 뜻한다. 25년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텀피도 오랜 풍파를 겪으며 가지가 대부분 잘려져 나갔고, 다른 나무들과 동떨어진 곳에서 앙상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매년 봄이면 꽃이 피어나 주민들 사이에서 ‘회복 탄력성’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2020년 소셜미디어 ‘레딧’ 이용자가 스텀피 사진을 올리며 “내 연애 사업과도 같다”고 말한 것이 온라인으로 퍼져나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나무 사진을 찍으면 왼쪽 뒤편으로 워싱턴을 상징하는 170m 높이의 기념탑, 오른쪽으로 제퍼슨 기념관이 보이는 사진 명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일대를 관리하는 NPS가 벚꽃 축제가 끝나고 5월이 되면 스텀피를 포함한 140여 그루를 베어내기로 했다.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져 벚나무를 비롯한 일부 시설이 자주 침수됐고, 이에 따라 방조벽을 높이는 개·보수 작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스텀피의 마지막을 기념하고 있다. 스텀피 앞에 장미꽃과 위스키 술병을 놔뒀고, 지난 20일엔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소속 한 트럼펫 연주자가 ‘이별 연주’를 했다. 1912년 미국에 벚나무 3000그루를 선물한 일본은 문화원장이 직접 찾아와 스텀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소셜미디어에는 스텀피 앞에서 찍은 인증 사진과 함께 “고생했고 잘 쉬어라” “아내에게 결혼을 약속한 곳”이란 추억을 담긴 이야기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당국에 ‘스텀피를 왜 굳이 베어내려고 하냐’는 민원도 상당수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NPS는 국립수목원과 협업해 스텀피의 조각 일부를 채취, 유전자 복제를 통해 공사가 끝나는 3년 뒤 다시 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 매체인 워싱턴이그재미너는 “스텀피는 사라지지만 결코 죽지는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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