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권에 ‘가자 휴전결의안’ 통과… 이 “대표단 방미 취소”
바이든, 대선앞 전쟁반대 여론 부담… 네타냐후, 휴전땐 정치 생명 위험
유엔안보리 15개국 중 美만 기권 25일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 본부에서 열린 ‘가자지구 즉각 휴전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5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14개국의 찬성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즉각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을 지지해 온 미국은 기권했다. 뉴욕=AP 뉴시스 |
● 바이든에겐 전쟁이 대선 걸림돌
처음 전쟁이 시작됐을 때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반격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자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미국은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에 세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을 정도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이스라엘이 가자 민간인들이 밀집한 라파 지역에서 지상전 돌입 의지를 꺾지 않자,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 21∼22일 하버드대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전쟁 정책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약 38%에 불과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흑인 유권자 표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게 결정적이다. 흑인 인권단체 ‘우리들만의 목소리’는 25일 “18∼29세 흑인 유권자의 38%만 올해 대선에 투표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들이 투표조차 거부하는 배경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한 반대가 주요 이유로 꼽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유대계 정치인인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조차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나섰다. 슈머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를 “평화의 장애물”이라고 부르며 “이스라엘은 하루빨리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네타냐후에겐 휴전이 총리 사임
이스라엘 총리실은 25일 유엔 결의안 채택 직후 성명에서 “인질 석방의 조건이 없는 휴전 결의안에 미국이 기권한 건, 인질을 풀어주지 않아도 휴전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마스에 심어줄 것”이라며 비난했다.
자국에서 낮은 지지율에 허덕이는 네타냐후 총리로선 휴전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미 언론매체 액시오스도 미 관료들을 인용해 “백악관은 네타냐후가 자국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전쟁의 갈등을 키우고 싶어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이스라엘 매체 마아리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4%만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지지를 포명했다. 네타냐후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가 총리에 더 어울린다는 답은 48%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 총리를 포함한 이스라엘 극우 인사들은 “전쟁 중단은 정부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강경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전시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간츠 대표는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게 옳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가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해 내분 양상을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위원회 소속 상원의원이던 1982년 주미 이스라엘대사로 부임한 네타냐후 총리를 처음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였다. 하지만 40년 넘게 이어졌던 우정은 최근 서로 비난의 수위를 높이며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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