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미국 로켓의 아버지' 고다드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2024. 3. 27.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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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학관과문화 대표, 공학박사 권기균

1926년 3월16일은 로버트 고다드가 최초로 휘발유와 액체산소를 사용하는 로켓발사에 성공한 날이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오번에 있는 눈 덮인 자신의 이모 농장에서 소형 액체연료 로켓 '넬'을 발사했다. 로켓은 시속 90㎞의 속도로 2.5초 동안 12.5m 높이로 오르며 56m를 날아가 양배추밭에 떨어졌다. 이 작은 시작이 로켓의 시대를 열었다. 이것으로 액체연료 로켓의 가능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로켓이 높이 12m밖에 날지 못했을까. 보스턴에 소재한 '과학박물관'(Museum of Science)은 그 이유를 짧고 명쾌하게 설명해 준다. '고다드는 엔진과 노즐을 로켓 상부에 배치하고 연료탱크를 로켓 하단에 배치했다. 그래서 추력이 약해졌다. 첫 로켓발사 후 그는 이것이 문제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그래서 이후에는 엔진과 노즐을 하단으로, 연료탱크를 상단으로 배치를 바꿨다. 현대 로켓은 모두 그렇게 한다.'

그렇다면 고다드는 왜 처음부터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그땐 로켓을 직진으로 쏘아올릴 방법이 없어서 무거운 연료탱크를 아래에 배치해 무게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

1920년대에는 '우주비행'은 '말도 안 되는 황당무계한 생각'이라고 여겼다. 언론은 다단계 로켓으로 언젠가 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고다드의 이론을 비웃었다. 놀림조로 질문하는 기자에게 고다드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비전은 최초의 사람이 그것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농담입니다. 하지만 일단 실현되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 됩니다."

그러나 대서양 횡단 비행사 린드버그는 '비행기 다음은 로켓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린드버그의 소개로 고다드는 구겐하임재단의 후원을 받았다. 그는 로켓발사 시험장을 뉴멕시코주 로스웰로 옮겨 로켓개발을 계속했다. 연료펌프 개선, 자체 냉각모터와 자이로스코프 유도시스템 도입 등 점점 더 크고 제어가 가능한 로켓을 만들었다. 1935년 3월28일에는 최초로 자이로스코프 제어장치를 단 로켓을 평균시속 880㎞로 1400m까지 올려보냈다. 그해 10월14일에는 길이 4.6m, 무게 39㎏ 로켓을 음속보다 빠른 속도로 2286m 높이까지 쏘아올렸다. 1940년 8월9일에는 그가 만든 로켓 중 제일 큰 길이 6.7m, 전체 무게 334㎏의 로켓을 제작해 성공리에 발사했다. 한편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자신의 실험을 바탕으로 실린더 기반의 로켓발사기 관련 무기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이것은 나중에 바주카포가 됐다.

고다드는 1882년 10월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우스터에서 태어났다. 그는 허버트 조지 웰스의 공상과학 소설을 탐독했다. 1904년에는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클라크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다드는 1909년 고체연료로 테스트한 후 액체연료가 더 효율적이고 최고의 추진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그는 평생을 로켓실험에 바쳤다. 미 항공우주국(NASA) 홈페이지에 소개된 그의 주요 공헌들만 봐도 엄청나다. ①로켓이 진공 상태에서 작동하며 추진하는데 공기가 필요하지 않음을 입증 ②액체연료 로켓개발 및 발사(1926년) ③로켓 비행용 자이로 제어장치 개발(1932년) ④다단로켓 미국특허(1914년) 등 로켓연구로 214개의 특허를 받았다.

사진은 보스턴의 과학관 Museum of Science에 전시 중인 '로버트 고다드의 최초 액체연료 로켓 모형과 발사 프레임'.

고다드는 1945년 8월10일 사망했다. 1960년 미국은 고다드의 특허를 유족들로부터 100만달러에 매입했다. 그리고 1959년 5월1일 설립된 최초 NASA 연구소의 이름도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로 지었다. 부인 에스더 고다드는 1961년 3월16일 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공식 헌정식에 참석했다. 고다드가 첫 액체연료 로켓을 발사한 지 35년이 된 날이었다. 그를 기리기 위해 소행성과 달의 분화구에도 '고다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지금은 '로켓의 아버지'로 불린다.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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