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내 동생 태어난 날

경기일보 2024. 3. 2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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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태어난 날

-선영이에게

                                         이승하

엄마 배 뻥뻥 차더니

엄마 배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셨다

어떤 아기가 내 동생일까

나를 졸졸 따라다닐까 오빠라고 부를까

밤늦게 병원에서 오신 엄마와 아빠

보자기에 돌돌 싸여 같이 온 내 동생

새빨간 얼굴인데 두 눈이 깜박깜박

업어주어야지 손 잡고 다녀야지

떼쓰면 양보하고

잘못하면 고쳐주어야지

내 동생이랑 오래오래

사이좋게 지내야지

오빠야 응 선영아

일러스트. 유동수화백

아이의 시선

아이는 새로 태어날 동생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어떤 아기가 태어날까부터 태어난 동생을 어떻게 데리고 다닐까에 이르기까지 궁금증이 하늘을 찌른다. 이 동시의 장점은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생각을 펼쳐 놓은 데 있다. 이런 동시가 좋은 동시다. 공연히 의미를 넣어준답시고 동심 밖의 생각이나 어른스러운 행동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 ‘업어주어야지 손 잡고 다녀야지/떼쓰면 양보하고/잘못하면 고쳐주어야지.’ 아이는 이렇게 성장한다. 동생이 생김으로 하여 형이 되기도 하고 누나가 되기도 한다. 그건 나이를 떠나 마음과 행동이 몰라보게 자라는 것이다. ‘내 동생이랑 오래오래/사이좋게 지내야지/오빠야 응 선영아.’ 이 얼마나 따사로운 우애인가! 보자기에 돌돌 싸여 온 동생을 내려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골몰하는 아이의 모습을 이 동시는 맛나게도 잘 담았다. 이승하 시인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면서 또 한 편으론 교도소 안 사람들의 작품을 읽어주고 평해주면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 문학을 통한 심리치료인 셈이다. 아니, 그들의 내일에 희망의 등불을 켜 주고 있는 것이다. 문학이 종교를 대신해 사랑의 전도사로 굳건히 존재하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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