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아닌 차별로 쌓아올린 애플제국"… 반독점 소송 '봇물'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2024. 3. 26. 1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플, 美 법무부 이어 소비자 집단소송 직면
美정부 "개인정보 선택적 보호
자사이익 위한 기만전략 불과"
10대 왕따 부른 초록색 말풍선
아이메시지가 독점 압력 행사
EU서도 경쟁제한 조사 나서
결과따라 집단소송 확산 가능성

미국 소비자들이 애플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에 나선 배경으로 '폐쇄적 생태계'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에서도 일명 '빅테크 갑질 방지법'인 디지털시장법(DMA) 첫 조사 대상으로 구글 모회사 알파벳, 메타와 함께 애플을 삼았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에 따라 애플을 상대로 한 소비자 권리 찾기 움직임이 확산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근거는 지난 21일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소송이다. 미 법무부 소송 결과에 따라 집단소송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 법무부는 애플의 독점 전략에 대해 '애플의 (반경쟁적인) 행위가 누적적으로 효과를 발휘해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할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애플의 행위 한 가지만 반독점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행위가 누적적으로 작용해 사용자들의 애플 생태계 이탈을 막았고, 결국 경쟁이 사라지면서 사용자들이 애플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법무부의 논리는 미국 소비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의 논리와 동일하다.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혁신 아이콘' 이미지가 강하다. 아이폰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5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 반응은 좋다. 전 세계적으로 '애플 제국'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혁신 생태계'가 아니라 '폐쇄 생태계'가 '애플 제국'의 기반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소비자들도 폐쇄 생태계에 따른 소비자 차별로 피해를 봤다고 집단소송에 나선 것이다.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독점행위로는 크게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아이메시지를 폐쇄적으로 운영한 것, 애플페이 외 다른 전자지갑 사용을 제한한 것, 애플워치 외 다른 스마트워치의 사용을 제한한 것, 슈퍼앱 사용을 제한한 것,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제한한 것이다.

법무부가 제기한 쟁점 가운데 가장 중심에 있는 것 중 하나가 '아이메시지'다. 애플은 아이폰 초기부터 '아이메시지'라는 독자적인 문자메시지 표준을 사용해왔다. 아이메시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아이메시지 사용자끼리는 상대의 문자메시지가 '푸른색 말풍선'으로 보이고, 아이메시지를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의 문자메시지는 '초록색 말풍선'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아이폰 사용자는 상대가 아이폰을 쓰는지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반면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상대가 아이폰인지 안드로이드폰인지 알 수 없다.

미 법무부는 "초록색 말풍선 사용자는 사회적으로 왕따와 차별을 받는다"면서 "이는 10대들이 아이폰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사회적 압력"이라면서 아이메시지가 10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언급했을 정도다.

애플페이와 애플워치를 비롯한 자사 서비스와 제품 외에는 애플 생태계에서 서비스를 어렵게 한 것도 문제다. 애플워치가 아닌 제3의 스마트워치는 기능상 큰 제한을 받았고, 애플워치를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사용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식으로 사용자를 애플 생태계에 묶어놨다.

애플페이에서는 다른 은행 앱들은 NFC(근거리무선통신)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양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지갑 개발도 막았다. 슈퍼앱과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제한한 것도 독점적인 요소가 있다. 슈퍼앱은 하나의 앱으로 여러 가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애플은 이를 오랜 기간 막아왔다. 또한 게임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클라우드를 통해서 서비스받는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우 미 법무부는 '저가의 스마트폰이 아닌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도록 만드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하면 성능이 낮은 스마트폰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에서야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을 허용했다. 앱스토어도 문제다. 애플이 앱스토어 규칙과 제한을 사용해 자사의 독점을 위협하는 개발사에 불이익을 주고 제한하고 있다.

법무부는 애플이 설명하는 '개인정보와 보안'이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기만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애플이 "오직 애플만이 소비자의 개인정보와 보안을 보호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에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지만, 정작 애플은 자신들의 금전적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개인정보와 보안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이폰 사용자와 안드로이드 사용자 간 메시지를 암호화하지 않는 것이 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