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제의에도 전공의 `무대응` 일관…의료계는 `구심점` 못찾아

강민성 2024. 3. 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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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의 해법을 찾고자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인 전공의들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협상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에 이어 26일에도 의료계에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의대 교수진을 비롯한 의료인들은 의료개혁을 위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며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주요 대학 총장, 의대 학장, 병원장 등을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건설적인 대화체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가 이렇듯 적극적으로 대화 의지를 드러내자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교수들도 '중재자'를 자처하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침묵하고 있다.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묵묵부답'이다.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의료계와 대화를 제안했다는 소식에도, 정부가 전공의 면허 정지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에도, 의대 교수들과 여당이 중재를 자처했다는 소식에도 오직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는 전공의들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전공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의료계와 정부의 협의가 사실상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의료계와 정부가 설사 타협안을 끌어낸다고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이를 거부하면 모든 일은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 의대 교수들도 전공의들의 참여 없이는 사태 해결은 물론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전공의라고 밝혀왔다"며 "협의하는 과정은 전공의협의회가 주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전공의 사이 중재자를 자처한 교수단체는 전의교협과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2개다. 이 가운데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를 해결하고자 지난 12일 출범했다. 전의교협은 의협과 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와 소통하겠다고 했으나, 앞으로 정부와의 대화에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참여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임 의협 회장의 등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의협은 이날 저녁 제42대 회장 선거 결선 투표를 마감한 뒤 당선인을 발표한다.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인 임현택 후보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자 제35대 의협 회장을 지낸 주수호 후보가 맞붙었다.

두 사람 모두 정부를 향한 강경 발언을 쏟아내 왔던 터라 누가 당선되더라도 정부와의 대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신임 의협 회장이 전의교협 등 교수단체와 손발을 맞춰 대화에 참여할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그래도 전의교협은 의대 증원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차기 의협 회장 후보는 단 한 명의 증원도 필요없다는 '초강경' 입장이다. 임현택 후보는 출생아 수 감소를 근거로 아예 의대 입학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주수호 후보는 "의대 증원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부와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계는 '2000명 증원 백지화'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테이블에 양측이 앉을 수 있을지조차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 만들어졌다"며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지금 의료계와 정부 모두 만족할만한 협상안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합의점을 찾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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