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에 맞선 제3지대·무소속 출마자, 숫자도 경쟁력도 급감···이유는?

정대연·이두리 기자 2024. 3. 2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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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달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 특징 중 하나는 양대 정당 소속이 아닌 제3당·무소속 지역구 출마자 감소다. 이로 인해 이번 총선 지역구 경쟁률은 2.8 대 1로 민주화 이전인 1985년 12대 총선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4년 전 21대 총선(4.4대 1)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모두 출마한 지역에 도전한 제3당·무소속 후보들 가운데 당선을 기대해 볼 만한 후보는 현재로선 없다. 거대 양당 대결 구도를 넘어설 수 있는 제3당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그간 총선마다 등장했던 제3당이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양당체제에 휩쓸리면서 유권자들이 제3당에 대한 실망을 반복 학습한 것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254개 선거구에 후보 등록한 국민의힘 후보는 254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45명이다. 양당 후보가 전체 등록 후보(698명)의 71.5%에 이른다. 제3당 가운데 전체 선거구의 10%(25곳) 이상 후보를 낸 정당은 개혁신당(43명)과 새로운미래(28명)에 불과하다. 4년 전 총선 때 국가혁명배당금당(235명), 정의당(75명), 민중당(59명), 민생당(58명), 우리공화당(41명)에 비해 급감했다. 무소속 출마자도 지난 총선 때 116명의 절반(58명)이다.

제3당·무소속 출마자가 감소하면서 다자구도는 전체 선거구의 절반(130곳)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양강구도에 균열을 낼 만한 의미있는 제3지대 후보는 드물다. 녹색정의당은 전·현직 의원인 장혜영(서울 마포을), 강은미(광주 서을), 여영국(경남 창원성산)을 비롯해 17명의 후보를 냈지만, 당선 전망은 밝지 않다. 진보정당 유일의 4선 의원인 심상정 의원마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에서 김성회 민주당 후보(48.3%)와 한창섭 국민의힘 후보(29.4%)에 이은 3위(12.4%)에 그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새로운미래에선 전병헌(서울 동작갑)·유승희(서울 성북갑)·설훈(경기 부천을)·홍영표(인천 부평을)·박영순(대전 대덕) 등 전·현직 의원이 과거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던 지역에 출마했다.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비명횡사’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뜻을 받들어 정치를 바로잡겠다”며 새로운미래 소속으로 서울 강북을에 도전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광주 광산을에 출마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형배 민주당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갭투기 의혹을 빚은 세종갑 이영선 후보 공천을 취소하면서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이게 된 김종민 의원이 어부지리를 노린다.

제22대 총선 광주 광산을 선거구에 출마하는 새로운미래 이낙연 후보가 22일 오후 광주 광산구 수완동 거리에서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등 수도권에 집중한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경기 화성을에서 선전 중이지만, 공영운 민주당 후보에 크게 뒤진 채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와 2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양상이다. 금태섭(서울 종로)·허은아(서울 영등포갑)·조응천(경기 남양주갑)·양향자(경기 용인갑) 후보 등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보당은 전북 전주을 현역인 강성희 의원이 이성윤 민주당 후보,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 뒤를 잇고 있다.

영남권에선 국민의힘 계열 무소속 후보가 주목받는다. 경북 경산에서 4선을 한 친박근혜계 최경환 후보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맞대결을 벌인다. 한국갤럽·중앙일보가 지난 11~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최 후보 42%, 조 후보 32%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이곳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과거 5·18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와 부산·서울 시민 비하 논란을 낳은 장예찬 후보(부산 수영)는 국민의힘이 공천을 취소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지역 보수 표심이 여당 후보와 이들 가운데 어디로 쏠릴지 관심을 모은다.

제3후보의 독자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양대 정당 간 대결의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영국 녹색정의당 후보가 출마한 경남 창원성산의 경우 지난 15~17일 한국리서치·KBS창원 여론조사에서 허성무 민주당 후보(34%), 강기윤 국민의힘 후보(30%), 여 후보(7%) 순으로 나왔다. 서울 종로와 영등포갑, 경기 용인갑 등 양당 후보 간 격차가 크지 않은 지역에서도 제3당 후보가 변수가 될 수 있다.

8년 전 20대 총선에선 안철수 당시 대표의 국민의당이 호남과 수도권 등에서 지역구 25석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고, 무소속(11명)과 정의당(2명)도 지역구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2017년 대선 패배 이후 내홍이 격화하면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두고 결국 쪼개졌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가 통합 11일 만에 결별했다. 유권자들이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제3당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면서 제3당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국민들이 제3정당에 대한 신뢰가 많이 깨졌다”며 “이준석·이낙연 대표가 양당 독점을 깨겠다고 하지만, 누가 그걸 신뢰하겠느냐”고 말했다.

양당 지지자 간 진영 싸움이 점점 심화하는 것을 원인으로 짚기도 한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금은 극단적 진영 싸움의 주체가 유권자”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양 진영이)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탄핵 이전에 치러진 2016년 총선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양당 공천 탈락자의 이탈이 예상보다 적었던 것도 제3지대 약화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21대 총선에선 심상정 정의당 후보 외에 5명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는데, 이들 중 권성동·홍준표·김태호·윤상현 등 4명은 미래통합당 공천 탈락에 반발해 출마한 중진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시스템 공천’이란 이름으로 현역 의원들의 컷오프(경선 배제)를 최소화하면서 반발이 적었다. 민주당도 비이재명계 인사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탈당하지 않고 당에 남으면서 분당 사태는 피했다. 당내에선 이들이 총선 후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노리고 잔류를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선 여론조사들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제22대 총선 고양갑 녹색정의당 심상정 후보. 고양/연합뉴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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