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안 샀어?"… 반도체 초호황에 페라리 대만 판매 '더블'

페라리 360 모데나/사진=페라리 홈페이지

엔비디아발 반도체 호황으로 TS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치솟자 럭셔리 스포츠카 페라리의 대만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전체 페라리의 판매 실적에서 페라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3년 만에 두 배가 된 것.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대만의 부유층이 급증하면서 페라리 수요가 중국과 홍콩보다 빨리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냐 CEO는 "중국은 성장하고 있지만, 대만이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대만에는 더 많은 기업가들이 있고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페라리는 고객들이 개인화된 옵션을 추가한 덕분에 기록적인 연간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약 60억유로(약 8조6900억원), 순이익은 34% 뛰어오른 12억6000만유로(약 1조8200억원)다. 매출 대부분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중국 본토 및 대만' 판매 비중이 2020년 5%에서 2023년 11%로 빠르게 커졌다.

2022년 전 세계 1인당 순금융자산 순위/그래픽=이지혜

페라리도 대만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페라리의 대만 공식 딜러인 모데나 모터리 대만의 빈센트 류 총괄은 "지난 4년 동안 많은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페라리가 지난해 1300대로 30% 성장한 대만 슈퍼카 시장에 큰 역할을 했다"며 "현재 2도어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세계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말 기준 대만은 1인당 순금융자산 순위에서 14만1600유로(약 2억500만원)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미국(25만3450유로·3억6700만원), 스위스(23만8780유로·3억4600만원)가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대만의 1인당 순금융자산은 2018년과 2022년 사이에 45%나 증가했다.

FT는 대만 부유층 증가는 대만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호황의 영향이라고 전했다. 중국에 진출한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라 대만으로 회귀하면서 재력있는 기업가와 경영진이 대만으로 돌아왔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페라리는 럭셔리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을 억제하기 때문에 구매자가 몇 년을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으로 페라리는 희소성을 높이고 차랑 가격과 재판매 가치를 끌어올려 자동차업계에서 최고의 수익성을 누리고 있다. 작년 페라리는 불과 1만3663대를 판매하고도 12억6000만유로(약 1조82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페라리가 설립 이후 지금까지 판매한 차량은 약 30만대로 폭스바겐의 포르쉐 브랜드가 매년 생산하는 차량 수와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