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밀 가격 8.3% 내렸는데…삼양사 밀가루값 2년간 37% 올렸다
CJ제일제당 B2C 밀가루 인하키로 했지만…삼양사·대한제분 "검토"만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국제 밀 시세 하락에도 삼양사 등 국내 주요 제분사가 밀가루 가격을 꾸준히 올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주요 제분업체 중 CJ제일제당이 오는 4월부터 B2C(기업대소비자간) 밀가루 제품 가격을 인하키로 선봉에 나섰지만, 삼양사와 대한제분 등은 "검토 중"이란 입장을 되풀이 하며 주춤한 모습이다.
26일 삼양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양사의 밀가루 출고 가격은 지난해 t당 78만2000원으로 두해 전보다 37.2% 인상됐다.
국내 밀가루 시장 점유율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삼양사의 밀가루 출고 가격은 ▲2021년 57만원 ▲2022년 74만2000원 ▲2023년 78만2000원으로 매년 뛰었다.
반면 이 기간 국제 밀 가격은 하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밀(SRW·적색연질밀)의 선물 가격은 t당 236.6달러로 2년 전인 2021년(258.1달러) 보다 8.3% 하락했다.
삼양사는 "원료가격 및 시장수급 상황의 변화에 따라 주요 제품 가격도 인상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격 인하 권고에 CJ제일제당은 다음 달 1일부터 중력밀가루 1kg, 2.5kg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kg 등 총 3종의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했지만 삼양사는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사업보고서를 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밀가루 출고가도 톤(t) 당 90만7000원으로 2년 새 39.9% 올랐다. 밀가루 출고가는 ▲2021년 64만8000원 ▲2022년 87만원 ▲2023년 90만7000원으로 매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설탕과 식용유 출고 가격도 큰 폭 올랐다. 지난해 정백당 출고가는 t당 109만3000원으로 2년 새 40.5% 뛰었다.
정백당 출고가는 ▲2021년 77만8000원 ▲2022년 93만4000원 ▲2023년 109만3000원으로 매년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대두유 출고가도 228만5000원으로 31.4% 올랐다.
대두유 출고가는 ▲2021년 173만8000원 ▲2022년 252만원 ▲2023년 228만5000원으로 매년 인상됐다.
다만 산출 기준이 품목을 중분류로 크게 나눠 국내 판매 가격과 해외 판매 가격을 판매량으로 가중평균한 가액이라 실제 가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포장단량별, 원료배합비율 등의 이유로 세부품목 간의 가격차가 있고, 밀가루는 부제품(소맥피, 말분)을 제외한 기준이다.
CJ제일제당이 산출한 CIF(운임보험료부담조건) 기준 원재료 수입 밀 가격도 1년 새 내렸다.
원맥(밀가루) 가격은 지난해 t당 396달러로 전년(429달러) 대비 7.6% 하락했다. 원화 기준(지난해 4분기 누계 평균 환율인 1달러 당 1305원 적용)으로는 55만4000원에서 51만7000원으로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두(식용유) 가격도 t당 656달러에서 640달러로 2.4% 인하됐다. 원당(설탕) 가격은 지난해 t당 586달러로 전년 487달러 대비 20.3% 인상됐다.
CJ제일제당의 지난해 매출액 17조8904억원 중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식품 사업 부문 매출액은 11조2644억원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한다.
한편 정부는 설탕 가격 안정을 위해 압박에도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국내 설탕 제조업체의 담합 혐의에 대해 현장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에 제당 기업 관계자들은 "공정위 조사를 예의 주시 중"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일각에선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인데다, 설탕 원재료인 원당 가격과 환율 영향으로 제당 기업이 설탕 가격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밀가루나 설탕을 많이 쓰는 라면·제과·제빵 기업들도 현재 가격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다수 라면·제과·제빵 기업들이 지난해 제품 가격을 인하한 바 있는 만큼, 올해 또다시 가격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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