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순수 전기차 업계 정리 수순, 테슬라 vs 中 대결 구도 굳어져
로즈타운 이어 파산 위기...니콜라 등 다른 스타트업도 위험
테슬라에게는 서방 시장 독점 호재
맹추격하는 中 업체들 상대해야
[파이낸셜뉴스] 전기차 인기가 시들해진 미국에서 '제 2의 테슬라'를 꿈꾸며 우후죽순처럼 솟아났던 순수 전기차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들이 연달아 쓰러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테슬라의 독주 체제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예측과 함께 순수 전기차 업계가 테슬라와 중국 기업으로 양분된다는 전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지난 2016년에 설립된 피스커는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겨냥하여 2021년 SUV '오션'을 공개했다. 오션의 시작 가격은 현재 3만8999달러(약 5227만원)로 미국 테슬라에서 가장 저렴한 차량인 '모델 3(3만5990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피스커 주가는 2021년 2월에 주당 28달러로 회사가치가 약 80억달러(약 10조7000억원)에 달했으나 이달 시가총액은 5000만달러 언저리로 줄었다. 피스커는 창업 초기만 하더라도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렸지만, 부품 문제와 경영진 이탈 등으로 생산이 늦어졌고 판매마저 부진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피스커는 지난 18일 다른 자동차 업체로부터 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추가 자금을 받기로 했으나 결국 25일 협상 결렬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
위기는 피스커만이 아니다. 2014년에 설립된 다른 미 스타트업 니콜라는 전기 수소 트럭을 내세웠지만 지난해 결함에 따른 대규모 리콜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또한 금리 인상에 따른 대규모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금융당국은 니콜라에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에 걸쳐 2번이나 나스닥 상장폐지 경고를 보냈다. 니콜라 주가는 25일 기준 0.74달러로 올해 내내 1달러 아래에 머물러 3차 상장폐지 경고가 임박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 전기 트럭 스타트업 로즈타운모터스가 파산했으며 나스닥에 상장했던 영국 전기차 스타트업 어라이벌은 지난달 파산 신청을 냈다. 미국의 다른 유명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과 루시드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해 전망이 밝지 않다. WSJ는 지난 18일 보도에서 올해 1~2월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13% 증가해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율(50%)에 크게 뒤졌다고 전했다.
다국적 정보분석업체 비주얼캐피탈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는 19.9%를 기록한 테슬라였지만 2~4위 업체는 모두 중국 업체였다. 특히 2위 비야디(BYD)의 점유율은 17.1%로 올해 안에 테슬라를 뛰어 넘을 전망이다. 비야디의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의 시작 가격은 6만9800위안(약 1300만원)으로 테슬라 등 서방 업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일반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은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도입한 25%의 추과 관세로 인해 총 27.5%의 관세율로 중국산 전기차 수입을 막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이 멕시코에서 저가 전기차를 생산하여 미국에 공급할 경우 이를 막기 어렵다. 올해 11월 대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에서 건너오는 중국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으나 이는 무역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달 28일 첫 전기차 출시를 예고한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는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샤오미의 레이 쥔 최고경영자(CEO)는 25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샤오미의 첫 전기차인 'SU7'의 목표가 "50만위안(약 9200만원) 미만의 가장 멋진 외관, 최고의 운전 방식을 갖추고, 가장 지능적인 세단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중국에서 테슬라의 '모델 S' 가격은 69만8900위안(약 1억3000만원)부터, 모델 3는 24만5900위안(약 4500만원)부터 시작한다. 샤오미의 신차는 가격대로 분류할 경우 테슬라와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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