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막히니 돈 더 내라”...‘교통 지옥’ 뉴욕, 美 최초 혼잡 통행료 부과 초읽기

민서연 기자 2024. 3. 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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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로 확산될 가능성도
통행료 징수 폐기 소송도 잇따라
교통비 부담으로 재택 문화 확산될까

뉴욕의 논란거리였던 혼잡 통행료가 이틀 뒤 투표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투표로 혼잡 통행료가 가결되면 뉴욕시는 미국 최초로 혼잡 통행료를 도입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로스앤젤레스(LA), 보스턴 등 미국 내 대도시에 혼잡 통행료 도입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다.

2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정보통을 인용해, 뉴욕 메트로 폴리탄교통국(MTA)에서 새로운 요금 구조에 대한 논의가 이번주 월간 MTA 이사회의 안건으로 올라갈 예정이며 오는 27일 이사회의 투표를 통해 미국 최초로 혼잡 통행료가 부과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뉴욕에서는 지난 11일까지 뉴욕에서는 혼잡 통행료에 대한 공청회 및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이에 대한 결정을 이틀 뒤 내리겠다는 것이다.

뉴욕 맨해튼에 들어가기 위한 브루클린 브릿지가 차들로 빼곡한 모습. /연합뉴스

뉴욕시의 혼잡 통행료 논란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이미 교통지옥으로 유명한 뉴욕은 비슷한 일을 겪은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에서 도입된 혼잡 통행료를 진작 도입할 생각이었지만, 미국에서 최초라는 점과 시민 및 다른 주정부의 반발도 거세 도입이 지연되어 왔다. 뉴욕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부터 관련 팀을 만들고 혼잡 통행료 징수를 추진했으나, 2021년 당시 행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지 못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뉴욕시는 다시 한번 이를 추진해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도로청(FHA)의 승인을 받았다.

MTA에 따르면 뉴욕은 미국 내 가장 혼잡한 도시로 맨해튼 시내의 평균 운행 속도가 2010년 9.2mph에서 현재 7.6mph로 17% 감소했다. 도시가 혼잡해지면서 응급상황 대처가 지연되고 공기의 질도 나빠진 상태다. MTA는 런던, 스톡홀롬, 싱가포르, 밀라노 등 세계적으로 혼잡하기로 유명한 도시들이 혼잡 통행료를 징수하면서 해당 도시의 혼잡 시간대 차량 진입이 18~31% 감소했으며, 통행량이 감소하면서 운행 평균 속도가 상승한 바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욕시 혼잡 통행료 제도는 핵심 상업지구인 맨해튼 센트럴파크 남단 60번 도로 밑으로 중심가에 진입하는 승용차 한 대당 혼잡 통행료로 15달러(약 1만9000원), 트럭 한 대당 24달러(약 3만2000원)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뉴욕시는 현 통행량 기준 연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통행료 징수액은 지하철 정비 사업과 학교 공기청정기 설치, 시민 천식 예방 프로그램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또 통행료 도입으로 교통량이 줄어들면 뉴욕시의 악명 높은 교통 체증과 매연·소음 등을 줄여 환경이 개선되리라고 보고 있다.

MTA의 계획대로 혼잡 통행료가 27일 투표를 통과하면 새로운 통행료 제도 부과는 FHA의 최종 승인만 받으면 된다. 이미 FHA가 논의를 승인한 바 있으니, 최종 승인은 걸림돌이 아닌 셈이다. 그러나 진짜 걸림돌은 각종 소송들이다. 현지 매체들은 반대 여론 및 뉴욕시에 걸린 여러 소송으로 인해 실제 시작은 6월 중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재 뉴욕시에 걸린 대표적인 소송들은 뉴저지 주정부, 스태튼 아일랜드 자치구, 뉴욕시내 지역 주민 단체 및 교사 연합회 등 여러 집단에서 제기했는데, 혼잡 통행료 계획 철폐 및 시행 지연이 그 목적이다.

뉴욕시 맨해튼 타임스퀘어 앞 혼잡한 차들로 움직이지 않는 도로. /연합뉴스

앞서 뉴저지 주정부는 지난해 7월 연방 정부를 상대로 뉴욕시의 통행료 징수 계획 폐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시의 살인적인 임대료 부담에 맨해튼 출퇴근자의 상당수가 뉴저지주에 거주하는데, 통행료 징수는 이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뉴저지 거주자들은 뉴저지와 뉴욕을 잇는 조지 워싱턴 브리지나 링컨, 홀랜드 터널을 지나면서 이미 16달러(약 2만1400원)을 부담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첫 공청회에는 시민 100명 가량이 참석해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저지 외에도 뉴욕시를 출퇴근하는 인근 시민들은 맨해튼으로 들어가는 교량이나 터널 1회 통행료 16달러에, 도심 주차료가 반나절에 40~60(약 5만3000원~8만1000원)달러를 평균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만약 혼잡 통행료까지 더해지면 하루 100달러(약 13만3000원) 이상을 지출하게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혼잡 통행료가 부과된다면 팬데믹 이후 치솟은 도심 물가 및 재택 선호현상이 더해져 ‘출근 기피’ 문제가 더 악화하리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 뉴욕시의 혼잡 통행료 제도 도입은 미국 각 도시들의 최대 관심사다. 뉴욕시 외에도 미국 내에는 시애틀과 LA 등 도심 교통체증을 겪는 도시들이 많고, 뉴욕시의 도입 성공 여부에 따라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현지 매체들은 뉴욕시의 제도 도입이 신호탄이 되어 다른 미국 대도시들의 연쇄 도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는 “뉴욕의 교통실험이 미국의 다른 도시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며 “혼잡 통행료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기본 조건은 모든 대도시가 유사하기 때문에 이미 LA,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이 혼잡 통행료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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