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마곡 상가 보증금 8000만·월세 '600만원'

김창성 기자 2024. 3. 2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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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뜨고 지는 서울 상권 기상도③] 5년 전 공실 LG 등 대기업 입주로 대부분 해소
[편집자주] 상권은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사람이 몰리는 주요 상권은 경기 변동과 유행, 소비 패턴에 따라 기상도가 극과 극을 나타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3년여 동안 텅 빈 유령상가이던 명동에는 다시 활기가 돌아왔다. 노후 건물들이 밀집한 을지로·신당동 일대는 젊은 층이 유입되며 '힙지로·힙당동'으로 떠올랐다.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성지, 휑하던 마곡지구도 주목받고 있다. 반면 신사동 가로수길·압구정 로데오·청담동 명품거리 등 강남은 온라인마켓 성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행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투자시장을 움직이는 서울 상권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봤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공실이 넘치던 서울 마곡지구 상권이 달라졌다. /사진=김창성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힙지로·힙당동 핫플레이스, 투자 수익률도 높을까
②[르포] 상권 흥망성쇠 전형 압구정로데오-가로수길
③[르포] 마곡 상가 보증금 8000만·월세 600만원


허허벌판에 먼지만 날리던 서울 마곡지구 상권 분위기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바뀌었다. 2019~2020년만 해도 상가 전체가 통으로 공실인 건물이 수두룩했지만 LG 등 대기업 입주가 끝나고 조성이 막바지에 이르며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지하철 5·9호선, 공항철도까지 트리플 역세권에 오피스·주거지가 복합된 마곡 상권의 시세는 달라진 분위기만큼 부동산경기 불황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북적이는 수요, 유령도시 옛말


서울 마곡지구는 서울 서쪽 끝에 자리한 대규모 복합개발구역이다. 먼지만 날리던 허허벌판에 지하철 노선이 세 개나 뚫렸고 LG·코오롱·넥센·에쓰오일·대상·귀뚜라미 등 대기업의 사무·연구시설과 유망 스타트업까지 둥지를 텄다.
공실이 넘치던 서울 마곡지구 상권에 점포들이 가득찼다. 사진은 2019년 공실이 넘치던 마곡지구의 한 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마곡지구 안과 주변으로 수만가구에 이르는 아파트·오피스텔과 대형병원·김포국제공항 등 편의시설을 갖춰 작은 신도시를 방불케 한다.

입주 초기인 2019~2020년에 마곡지구를 방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최근 다시 가본 마곡지구는 '천지개벽' 수준이다.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과 연결된 오피스텔·상가들을 둘러보자 4~5년 전 일부 음식점을 제외한 대부분이 비어있던 때와 대조된 모습이었다. 현재는 음식점은 물론 피트니스센터가 들어서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곡지구는 김포국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입주 초기에는 비행이 잦은 승무원과 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등이 주를 이뤄 낮 동안의 유동인구가 드물었다.
휑하던 마곡지구에 건물들이 들어차고 있다. 사진은 2019년의 마곡지구 전경(왼쪽)과 최근의 모습. /사진=김창성 기자
부동산 업계는 마곡지구의 '미래 가치'를 기대했지만 4~5년 전 텅 빈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월 300만~400만원의 임대료 시세는 공실 해소에 난관으로 작용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마곡나루역 인근 상권은 현재 임대 안내 종이 대신 카페·술집·베이커리·약국·이동통신대리점 등 다양한 업종의 점포들로 가득 채워졌다.

일부는 공실 상가가 눈에 띄었다. 대부분은 임대료가 비싼 1층 코너였고 인도와 맞붙은 스트리트 상권은 빈 곳이 없었다.

마곡나루역과 직선거리 800여m 떨어진 5호선 마곡역 인근 상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대로변 1층 코너와 구석의 일부 공실을 제외하면 다양한 업종이 들어서 북적이는 유동인구를 무리 없이 흡수했다.
서울 마곡지구 상권은 몇 해 전만 해도 공실이 넘쳤다. 사진은 2019년 마곡지구의 한 공실 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인근 빌딩의 옥상으로 이동해 마곡지구 전경을 살펴본 결과 공사 자재가 쌓였던 허허벌판과 타워크레인이 점령했던 부지도 어느새 건물이 세워졌다. 마곡나루역과 마곡역 사이에는 아직 공사가 한창인 현장도 있어 앞으로 더 발전할 마곡지구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다.


공실 줄고 수요 느니 높아진 몸값


마곡지구 상권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른바 '함바 식당'으로 불리는 건설현장 식당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대체로 조성사업이 완료됐지만 아직은 굵직한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남아 있어 상가 건물 1층은 물론 지하와 2층에도 공사 노동자를 위한 함바 식당이 대규모로 들어서 성황을 이뤘다.
서울 마곡지구 상권에 활기가 넘치고 있지만 아직 일부 상가는 비어 있다. /사진=김창성 기자
마곡지구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공사가 끝나면 함바 식당이 빠지기 때문에 대략 3년 정도 임시 입주한다"며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보증금 4000만원 월세 300만~400만원 정도"라고 귀띔했다.

마곡지구 상권은 지하철 3개 노선이 도보권에 있어 임대료가 높은 편에 속한다. 마곡지구 B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작은 카페 등을 차릴 수 있는 33㎡(약 10평) 1층 상가의 시세는 보증금 2000만~2500만원, 월 임대료 120만원 수준이다.

이보다 규모가 더 큰 1층 50㎡(약 15평)는 3000만~3500만원의 보증금에 월 임대료 30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1층 73㎡(약 22평)의 경우 보증금 6000만~8000만원 월 임대료 500만~600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유동인구가 늘어난 서울 마곡지구 상권은 예전과 분위기가 상반된다. /사진=김창성 기자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크고 작은 규모의 기업이 입주해 상주 인구가 늘었고 점심시간에는 식사와 커피로 이어지는 직장인의 소비 형태가 자리 잡아 꾸준한 수익이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상가 일부의 공실 문제에 대해선 "마땅한 업종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직장인 등 고정수요가 확실해 임차인을 찾는 건 시간 문제"라고 확신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마곡지구의 특성상 낮과 밤의 수익 차가 클 수 있어 투자 시 고려해야 하는 요소라고 설명한다. 한 상권 투자 전문가는 "마곡의 경우 오피스와 주거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상권이지만 퇴근 무렵에는 직장인 수요가 대거 빠져나간다"며 "낮과 밤의 인구 차이가 커 업종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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