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상권 흥망성쇠 전형 압구정로데오-가로수길

신유진 기자 2024. 3. 2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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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뜨고 지는 서울 상권 기상도②] 상권 다양화 필요한 시점… "임대료 너무 높아"
[편집자주] 상권은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사람이 몰리는 주요 상권은 경기 변동과 유행, 소비 패턴에 따라 기상도가 극과 극을 나타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3년여 동안 텅 빈 유령상가이던 명동에는 다시 활기가 돌아왔다. 노후 건물들이 밀집한 을지로·신당동 일대는 젊은 층이 유입되며 '힙지로·힙당동'으로 떠올랐다.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성지, 휑하던 마곡지구도 주목받고 있다. 반면 신사동 가로수길·압구정 로데오·청담동 명품거리 등 강남은 온라인마켓 성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행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투자시장을 움직이는 서울 상권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봤다.

지난 3월19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블록마다 상가 건물 유리창에 '특급임대' '통임대' '단기임대' 등의 문구가 보였다. '깔세'라고 적힌 문구도 볼 수 있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힙지로·힙당동 핫플레이스, 투자 수익률도 높을까
②[르포] 상권 흥망성쇠 전형 압구정로데오-가로수길
③[르포] 마곡 상가 보증금 8000만·월세 600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울했던 서울 명동 상권이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을 맞으면서 부활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강남 압구정로데오도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반면 서울 주요 상권의 하나인 강남구 신사동은 여전한 침체를 보이고 있다. 찾는 사람이 없어 한산한 분위기다. 서울 핵심 상권들의 분위기가 엇갈리며 온도 차가 극명히 나뉘었다.

지난 3월19일 방문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 평일 오후의 시간에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3월19일 방문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 K-뷰티 산업을 선도하는 명동의 로드숍엔 제품을 구경하고 시연하는 이들로 활기찬 분위기를 뿜어냈다. 화장품뿐 아니라 의류 매장과 식당가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일 오후의 시간에도 사람들로 가득한 명동 상권의 부활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임대료를 자랑하는 명동 상권은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타격이 가장 센 곳이기도 했다.

코로나19 당시 명동 상가 공실률은 한때 50%대를 넘어 두 곳 중 한 곳이 비어있는 상태였다. 최근에는 공실률이 가장 낮은 상권으로 올라섰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간한 '2023년 4분기 리테일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명동 공실률은 1년 전과 비교해 33.0%p(포인트) 감소한 9.4%로 나타났다. 이는 6대 상권(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한남·이태원·청담)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크고 공실률이 가장 낮은 기록이다.

공실률이 내리면서 임대료도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가격 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명동 임대 가격지수 변동률은 1.32%로 전 분기(0.29%) 대비 1% 이상 상승했다.



"비싼 임대료에 상인들 한숨"


서울 중구 명동거리 로드숍엔 제품을 구경하고 시연하는 이들로 활기찬 분위기를 뿜어냈다. 화장품뿐 아니라 의류 매장과 식당가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사진=신유진 기자

활기를 되찾은 명동 상인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지만 임대료 부담은 커졌다. 서울시가 서울 주요 상권 145곳의 1층 점포 1만253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상가 임대차 실태 조사'에서 명동의 ㎡당 통상 임대료는 17만3700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명동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상권이 회복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월세가 과거처럼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 증대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시름하는 목소리 역시 있다.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 임대료가 상승할까봐 불안에 떠는 경우가 있다"고 걱정했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평일임을 감안해도 한산했다. 한 건물에 '통임대'라고 적혀있는 문구가 보인다./사진=신유진 기자

강남 상권은 침울한 분위기다. 같은 날 방문한 신사동 가로수길은 평일임을 감안해도 한산했다. 일본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간혹 보일 정도였다. 블록마다 상가 건물 유리창에 '특급임대' '통임대' '단기임대' 등의 문구가 보였다. '깔세'라고 적힌 문구도 볼 수 있었다. 깔세는 임대차계약에서 보증금 없이 선불로 내는 임대료를 뜻한다.

가로수길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겠지만 임대료 상승이 상권 침체의 가장 큰 이유"라며 "공실이 많아도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임대인이 부채 없는 자본가인 경우도 있지만 임대료가 한 번 내리면 다시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가로수길과 2㎞ 떨어진 압구정로데오거리는 또다른 분위기였다. 알록달록한 가게들이 눈에 띄고 다양한 이벤트로 꾸며진 주얼리숍 등 볼거리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붐볐다. 공실 상가도 몇몇 눈에 띄었지만 가로수길과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지난 3월19일 방문한 압구정로데오거리. 명동만큼 아니지만 가로수보다는 사람들이 많았고 다양한 이벤트로 꾸며진 주얼리숍 등 볼거리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보였다. /사진=신유진 기자

한국부동산원의 상권별 중대형(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30㎡ 초과) 상가 공실률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강남대로 공실률은 8.3%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실률이 정점을 찍은 2020년 3분기(16.4%)와 비교하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5년 전인 2018년 4분기(2.6%)의 3배 수준으로 올랐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서울 가두상권(명동·강남·홍대·가로수길·한남·이태원·청담) 가운데 공실률이 가장 높은 곳은 가로수길(36.5%)로 1년 전인 28.7%와 비교하면 7.8%포인트(p) 상승했다.



"가로수길, 시대 변화 못 따라와"


코로나19로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도 가로수길의 임대료는 오히려 상승했다. 가로수길의 매출 대비 통상 임대료 비중은 2021년 11.4%에서 2022년 14.1%로 2.7%포인트 상승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3년 상가 임대차 실태 조사' 결과 ㎡당 통상 임대료는 명동(15만3600원)에 이어 압구정로데오(14만800원) 강남역(13만7900원) 순으로 높았다.

부동산 업계는 강남 상권의 침체가 임대료 상승과 특색 있는 상권 부족의 문제라고 지목했다. 채송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남부지부 강남구지회장(강남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가로수길 상권이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로수길이 패션 산업에 특성화돼 있는데 다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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