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지로·힙당동 핫플레이스, 투자 수익률도 높을까

김창성 기자 2024. 3. 2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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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뜨고 지는 서울 상권 기상도①] 북적이는 강북, 들쭉날쭉 강남
[편집자주] 상권은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사람이 몰리는 주요 상권은 경기 변동과 유행, 소비 패턴에 따라 기상도가 극과 극을 나타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3년여 동안 텅 빈 유령상가이던 명동에는 다시 활기가 돌아왔다. 노후 건물들이 밀집한 을지로·신당동 일대는 젊은 층이 유입되며 '힙지로·힙당동'으로 떠올랐다. 성수동 팝업스토어의 성지, 휑하던 마곡지구도 주목받고 있다. 반면 신사동 가로수길·압구정 로데오·청담동 명품거리 등 강남은 온라인마켓 성장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행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투자시장을 움직이는 서울 상권의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봤다.

높은 금리와 임대료 상승, 온라인 매출 증가에 따른 오프라인 거래 침체로 상권 투자시장에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은 서울 명동 상권.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힙지로·힙당동 핫플레이스, 투자 수익률도 높을까
②[르포] 상권 흥망성쇠 전형 압구정로데오-가로수길
③[르포] 마곡 상가 보증금 8000만·월세 '600만원'


글로벌 K-뷰티 산업을 선도하는 서울 명동 상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부활을 넘어 위상을 더욱 높였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 없는 명동의 활기가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면엔 서울 강남·강북 전통 상권의 투자수익률 하락으로 여전한 경기 불황이 체감되고 있다. 고금리와 인건비 상승의 영향으로 월 임대료는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데 온라인마켓 성장으로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소비 패턴의 변화가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시 활기 찾은 명동, 수익률은 '한숨'


코로나19 여파가 가장 큰 상흔을 남긴 자리는 명동임을 부인할 수 없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텅 빈 상가가 늘었지만 21년째 전국 땅값 1위를 유지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이 대표하듯 높은 임대료는 여전하다.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증가하며 상가 공실률도 자연스레 낮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2022~2023년) 명동 중대형(3층 이상 또는 연면적 330㎡ 초과) 상가 공실률은 ▲2022년 1분기 40.9% ▲2분기 40.9% ▲3분기 43.0% ▲4분기 43.5% ▲2023년 1분기 37.6% ▲2분기 35.8% ▲3분기 31.3% ▲4분기 27.7% 등으로 매 분기 떨어졌다.
표=김은옥 기자
글로벌 부동산컨설팅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최근 조사해 발표한 '2023년 4분기 리테일 시장 보고서'에서 명동 일대 상가 공실률은 한때 50%대를 넘었지만 9.4%로 집계됐다. 상가 10곳 중에 빈 곳이 1곳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명동의 고액 임대료도 명성답게 높았다. 최근 서울시의 '2023년 상가 임대차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동의 통상 임대료는 ㎡당 17만3700원으로 인근 북창동(18만700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인근 상권은 ㎡당 15만3600원으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에도 투자수익률은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2년 동안 명동 일대 상권의 분기별 투자수익률(한국부동산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 조사 기준)은 ▲0.38% ▲0.77% ▲0.36% ▲0.17% ▲0.41% ▲0.32% ▲0.44% ▲1.37%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도심 전체 상권의 평균 투자수익률이 ▲1.28% ▲1.48% ▲1.35% ▲0.63% ▲0.54% ▲0.71% ▲0.73% ▲1.52%임을 감안하면 서울 주요 상권의 중심인 명동의 투자수익률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그래프=김은옥 기자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상업용부동산 투자수익률의 경우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실제 수익률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50%(2월22일 기준),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5~6%대임을 감안할 때 실제 수익률은 마이너스(-)일 수 있다.


젊은 층이 주목한 곳,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오프라인 상권이 침체된 상황에도 을지로·신당동·성수동 등은 가장 주목받는 상권으로 떠올랐다. 반면 유행을 선도하던 강남의 전통 상권은 더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강북의 노후 상가와 주택이 밀집한 을지로와 신당동 등이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얻은 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유행 등 감성 인테리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개성 있고 신선하다'는 뜻의 신조어 '힙하다'와 지역명을 합성해 '힙지로·힙당동' 등으로 불리는 을지로·신당동은 노포가 자아내는 특유의 분위기에 젊은 감성의 인테리어가 어우러져 인기 상권으로 재탄생됐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결과 을지로의 2022~2023년 분기별 투자수익률은 ▲2022년 1분기 1.26% ▲2분기 1.44% ▲3분기 1.49% ▲4분기 0.78% ▲2023년 1분기 1.00% ▲2분기 1.04% ▲3분가 0.71% ▲4분기 1.33%를 기록했다.
그래프=김은옥 기자
신당동 인근 충무로 상권의 투자수익률을 보면 지난해 4분기 1.34%를 기록해 서울 전체 평균(1.14%)을 웃돌았다.

다만 을지로·신당동 상권과 같이 노후 주택가와 건물 골목에 상권이 형성돼 인기를 끌던 곳은 필연적으로 임대료 폭등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현상이 뒤따르게 된다. 대표 사례가 '망리단길'(마포구 망원동)이다.

유명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로 인기를 끌고 있는 성수동 역시 임대료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 상권의 특징이 소비보단 인스타그램 인증 등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

실제로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요 상권의 ㎡당 월 평균매출 상위 5곳(시청·신촌·동대문·대치역·상수역) 순위에는 을지로와 신당동, 성수동이 없었다. 투자 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상권은 주로 주말이나 저녁에 사람이 몰렸다가 낮에는 쇠퇴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 상가 투자 주의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몇 해 전 열린 서울 을지로 상권의 한 축제 현장. /사진=뉴시스

경제 호황기에 유행을 선도하던 신사동 가로수길·압구정로데오 등 강남 상권도 울상이다. 매출과 임대료도 비례하지 않는다. 서울시 조사 결과 강남구 주요 19개 상권의 ㎡당 월평균 매출 1위는 학원가가 몰린 사교육 1번지 대치역(88만5300원)이다.

이어 2위는 코엑스 상권 삼성역(86만6000원) 3위는 대치역 인근 한티역(77만8900원)이다. 압구정로데오역 상권 매출은 ㎡당 63만3800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이어 가로수길(41만7600원) 신사역(22만3500원) 등으로 조사됐다.

임대료 순위는 매출과 다르게 나타났다. 매출 1위 대치역은 임대료 6위(9만3900원)이고 매출 2위 삼성역은 임대료 10위(7만8700원)다.

매출 3위 한티역은 임대료 순위가 5위(9만8200원)다. 임대료가 가장 높은 상권은 매출 4위인 압구정로데오역으로 ㎡당 14만800원이다. 매출 7위의 가로수길 임대료는 3위(11만5400원)였다.

상권 전문가들은 유동인구만이 아닌 실제 매출과 임대료 등을 종합 분석해 '묻지마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상가 투자 시 보유 현금만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대출을 받기 때문에 자금 계획과 금리 등을 반드시 따져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매장보다 배달 등 온라인 주문 트렌드가 보편화 돼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졌다"며 "투자하려는 상권의 구성과 성향에 대해서도 분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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