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성공기업을 따라하면 안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 3. 26. 06: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최근 미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거듭하며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모두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3월 22일 기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40000에 근접했으며, S&P 500 지수는 5260를 넘기고 나스닥지수는 16500을 돌파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생존을 고민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외부 투자자에 의존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은 그야말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 극소수만 살아남을 수 있는 오징어 게임이 실제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위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 해도 긴박감과 고도의 집중력을 장기간에 걸쳐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가급적 빠르고 쉬운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미국 바이크 회사 할리 데이비슨은 오래전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며 위기를 맞게 되자, 당시 유행하던 도요타의 품질관리, 비용 절감 및 노사관계 경영기법을 회사에 적용했다. 앞서가는 기업의 강점을 배워 시행착오에 따른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줄여 단기간에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벤치마킹 전략을 쓴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70%에 육박하던 시장점유율은 28%까지 떨어졌고, 주가도 곤두박질치면서 회사가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다. 자사 제품의 특성과 문화를 무시한 채 단순히 1등 기업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상이한 일본의 기업문화, 행동방식 및 제품 특성을 따라 했던 것이다. 다행히 천신만고 끝에 할리 데이비슨은 경영권을 되찾은 뒤 일본의 경영기법을 버리고 자사의 장점인 마니아를 활용한 새로운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다시 회복했다.

불꽃놀이 축제가 대박이 났다고 하면 금세 유사한 축제가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생성형 AI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떠오르자 모든 기업들이 앞을 다퉈 뛰어들고 있다. 벤치마킹은 언뜻 보기에 굉장히 단순하고 쉽게 보이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국가나 지자체 등에서도 무분별하게 쓰인다. 그러나 너무 쉽고 단순해 보이기 때문에 조만간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착각에 빠지게 하고, 잘못된 처방으로 오히려 더 커다란 함정에 몰아넣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모든 조직은 고유의 문화, 특성, 행동양식이 있다. 자신의 DNA를 어떻게 발현시키는 가에 따라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겉으로 나타난 모습을 단순히 따라 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생존을 위해서는 자신들의 문제를 다른 사람들의 관점, 기준에 맞춰 해결하려는 잘못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과 관련 없는 엉뚱한 내용을 모방하고 적용하느라 버려지는 귀중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새로운 운동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 골프를 할까? 테니스를 할까? 그러다 우연히 균형 잡힌 우아한 몸을 가진 수영 선수의 사진을 보고 자신도 몇 달 후면 그러한 몸매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어 수영을 하기로 결심한다. 엄청나게 열심히 수영을 했지만 좀처럼 몸에는 변화가 없다. 한참이 지난 후에 문득 의문이 들었다. 수영 선수의 몸은 숱한 연습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좋은 몸을 가진 사람이 수영 선수가 된 게 아닐까?

화장품 광고에 이런 오류가 잘 나타난다. 아름다운 모델이 언제나 화장품 광고를 한다. 소비자들은 화장품이 모델을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 아름다운 용모 때문에 화장품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신체조건이나 나이, 근력 등과 상관없이 타이거 우즈의 스윙을 열심히 따라 하면 자신도 타이거 우즈와 같은 스윙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타고난 특성을 특정 활동의 결과로 인식하려는 심리적 편향을 '수영 선수 몸매에 대한 환상(Swimmer's Body Illusion)'이라고 한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인지 편향이다.

또한 성공의 비법을 찾기 위해 성공사례만을 분석하고 실패사례는 철저하게 무시해서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는 심리적 오류를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 '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비즈니스모델과 전략을 구사한 100개 스타트업 중 단 하나의 회사만 성공했다면 그 기업의 성공전략은 99개의 실패한 기업의 전략이 되는 것이다. 10개 종목을 투자했다가 9개 종목은 완전 파산하고 1개 종목만 500%의 수익을 얻었다면, 전체적으로 원금의 반이나 사라졌지만 성공한 종목만 보면 마치 엄청난 수익을 거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이런 경우 펀드매니저는 실패한 9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성공한 1개만 강조하며 자신을 마치 미다스의 손을 가진 뛰어난 투자자로 포장하기도 한다.

전설적인 트레이더 리처드 데니스와 윌리엄 에크하르트는 '트레이더는 타고나는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다 내기를 했다. 훈련생을 공개 모집한 후 교육을 통해 훌륭한 트레이더로 길러낼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는 것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선발된 14명은 놀랍게도 1985년부터 1989년까지 연평균 최소 38.9%에서 최고 124.1%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적절한 교육으로 훌륭한 트레이더를 길러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이들은 모두 어려운 시험과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극소수의 우수한 인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도 단지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고 모두 뛰어난 트레이더가 될 수 있을까?

실패기업의 잘못된 다양한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성공기업은 다행히 실패기업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안 일어났을 뿐이다. 그래서 실패사례를 더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성공사례는 '거시적 관점에서 따라야 하는 로드맵', 실패사례는 '미시적 관점에서 피해야 하는 함정'에 집중해서 분석해야 한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 개발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시장에서 성공한 확률은 10%가 채 안 되고 90% 이상이 실패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버드대학의 존 구어빌 교수가 그의 논문 '혁신의 저주(Curse of Innovation)'에서 밝힌 내용이다.

아무리 성공한 기업을 철저히 연구한다 해도 결국은 생존자 편향에 빠져 실패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 있으며, 설사 혁신에 성공해도 '혁신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성공에는 결코 쉽고 빠른 길(Best Practice)이란 없다. 성공기업에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