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가 사과해야 돼”… 생방송 중 회사 들이 받은 스타 언론인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3. 26.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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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NBC 스타 앵커 출신 척 토드
전직 親트럼프 인사 맥다니엘 영입 놓고 공개 비판
2020년 대선 부정, 언론 비판 전력 문제삼아
다른 직원들도 비판 동참… 대선 앞 내홍
NBC방송 스타 언론인인 척 토드. /로이터 연합뉴스

“이건 회사가 너한테 사과해야 한다. 이 사람은 신빙성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 지난 6년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으로 있으면서 온갖 가스라이팅을 일삼고, 인신 공격에 앞장선 사람이다.”

지난 24일 미국의 주요 지상파 방송 중 진보 성향인 CBS에서 스타 언론인 척 토드(52)가 생방송 도중 돌연 회사를 비판해 화제다. 선임 정치 분석가인 토드는 10년 가까이 ‘미트 더 프레스(Meet the Press)’란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 CBS의 간판과도 같은 언론인이다. CBS가 대선을 앞두고 최근 로나 맥다니엘 전 공화당전국위 의장을 정치 분야 해설위원으로 영입했는데, 여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회사를 공개 저격한 것이다.

토드의 이같은 발언은 이날 NBC가 맥나니엘과의 인터뷰 영상을 방영한 뒤 나왔다. 패널로 출연한 그는 자신의 후임 진행자인 크리스틴 웰커를 향해 “회사가 미안해야 한다”며 “NBC뉴스의 많은 기자들이 이번 영입에 대해 불편해하는지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그녀가 도대체 NBC에 무슨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토드의 공개 저격은 소셜미디어(SNS)에서 ‘바이럴 영상’이 돼 퍼졌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이 이를 비중있게 보도하고 있다.

로나 맥다니엘 전 공화당전국위원회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문제가 된 맥다니엘은 2018년부터 약 6년 간 공화당에서 선거 자금을 모금·집행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RNC 의장으로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중 보조를 맞춰 언론에 대한 공격에 앞장섰고, 2020년 대선 때는 트럼프의 ‘선거 부정’에 동조했다.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020년 대선 직후 트럼프의 연락을 받아 선거 결과 뒤집기에 협조했다고 알려져있다. 맥다니엘은 지난해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2020년 대선 과정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얘기해 논란이 됐다.

그런데 한때 친(親)트럼프 인사였던 맥다니엘이 트럼프의 공화당 대선 후보 확정과 함께 RNC 의장 자리에서 축출됐다. ‘사법 리스크’에 따른 막대한 법률 비용을 공화당 금고에서 일부 충당하려는 트럼프 측의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맥다니엘이 사라진 자리에 측근인 맷 와틀리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위원장, 둘째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를 앉혔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맥다니엘은 방송사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 CBS측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가운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사이더가 뉴스에 필요하다”고 영입의 변을 밝혔다.

이에 대해 토드를 비롯한 NBC 내부에선 “과거 언행에 대한 분명한 사과도 없이 무리하게 데려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맥다니엘이 최소 30만 달러(약 3억6000만원)의 연봉을 받기로 했다는 루머도 최근 일부 지국에서 해고가 있었던 CBS 직원들을 들끓게 하고 있다. 25일 CBS의 인기 아침 프로그램인 ‘모닝 조’의 남녀 진행자 조 스캐버로·미카 브레진스키도 “회사가 맥다니엘 영입을 재고해주기를 바란다”며 “그녀가 우리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등장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맥다니엘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이날 방영된 NBC인터뷰에서 “2020년 대선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바이든이 합법적인 대통령인 건 맞다”고 입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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