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황사, 수도권보다 제주 더 많이 덮쳐
올해 중국발(發) 황사가 이례적으로 중부 지방보다 남부와 제주도에서 더 자주 관측되고 있다.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 중국 등지에서 발원해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오는 황사는 보통 수도권에서 가장 많이 관측된다. 그런데 올해는 반대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인천 백령도에서 황사가 하루(3월 17일) 발생했다. 백령도는 흙먼지가 들어오는 ‘바람길’ 초입이라 우리나라에서 황사가 가장 많이 관측되는 곳이다. 작년 1~3월엔 7번 관측됐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한 차례에 그친 것이다. 서울과 인천도 올해는 황사가 한 번씩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10번, 6번 발생한 것과 대조적이다.
반면 우리나라 최남단인 제주도에선 올해 황사가 3번이나 관측됐다. 17부터 19일까지 3일 연속 나타났다. 호남권인 광주·전주와 영남권인 포항·안동 등 남부 지방에서도 올해 황사가 2번 발생했다. 작년 1~3월과 비교해서 중부 지방에선 황사 발생일 수가 확 줄었는데, 남부와 제주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보통 황사는 수도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후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점차 사라진다. 그런데 올해 황사는 사라지지 않고 천천히 남부 지방과 제주도까지 날아간 것이다.
왜 황사가 남쪽 지방까지 내려간 걸까. 우선, 올해는 황사 발원지인 중국 내몽골 츠펑 지역에서 발생한 흙먼지의 양 자체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년 정도 양이었으면 흙먼지가 중부 지방 부근에서 모두 사라졌을 텐데 올해는 흙먼지 양이 많다 보니 천천히 남하하면서 남부 지방과 제주도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다.
츠펑 지역의 흙먼지 양이 많았던 것은 기온·바람과 관련 있다. 올해 1~2월 츠펑 지역에선 예년보다 눈이 많이 오고 기온이 낮았다. 날씨가 따뜻할수록 땅을 덮은 눈이 녹아 모래 먼지가 생기기 쉬운데, 기온이 낮았기 때문에 흙먼지가 별로 일지 않았다. 그러다 이달 들어 츠펑 지역 기온이 올라가면서 눈에 덮여 있던 흙먼지가 한꺼번에 바깥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에 꽃샘추위를 몰고 온 찬 북풍(北風)까지 겹쳐, 강한 바람이 대량의 흙먼지를 남쪽 지역까지 보낸 것이다. 앞으로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올해는 중부 지방보다 그 외 지역에서 황사가 더 자주 관측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통 황사는 한 해 중 4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올 4월엔 예년보다 황사가 잦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올해 이상 기온으로 1~2월 날씨는 봄같이 따뜻하다가 3월 들어 중국 쪽 대륙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찬 바람이 남하해 전국적으로 초겨울 날씨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 24일 따뜻한 남서풍이 유입되며 최고 23도 내외까지 한낮 기온이 치솟는 등 봄기운을 겨우 되찾았다. 바람은 기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분다. 츠펑 지역은 여전히 예년보다 추워서 봄이 되면 한반도로 더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바람을 타고 예년보다 많은 양의 황사가 한반도로 대거 몰려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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