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서 ‘블랙리스트’ 용어 퇴출될 듯”… 이유는?

텔레그래프, 미 정보당국 다양성 부서 '지침' 보도
"인종차별 단어, 사용 안 해야"... '문화 전쟁' 양상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위치한 미 중앙정보국(CIA) 본부에 새겨진 CIA의 옛 로고. CIA는 2021년 "조직의 다양성과 새로운 정체성을 담았다"며 글자만을 부각한 새 로고를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미국 정보기관에서 ‘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 명단’을 가리키는 ‘블랙리스트(Blacklist)’라는 용어가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정보 당국의 다양성·포용성·접근성 담당 부서는 최근 내부 소식지 ‘더 다이브’를 통해 언어의 정확성 제고를 위한 언어적 다양성 등에 대한 지침을 공개했다. 이 부서는 지침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등이 흔히 사용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리다’라는 용어를 삼갈 것을 요구하며 “검은색은 나쁜 것이고, 흰색은 좋은 것이라는 의미를 암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용어들도 사용 금지가 권고됐다. 미국 남부 흑인들로부터 나온 단어로 매우 쉬운 일을 뜻하는 ‘케이크워크(cakewalk)’, 기득권의 예외적 인정을 의미하는 ‘그랜드파더드(grandfathered)’도 노예 제도와의 연관성이 있어 더 이상 허용돼선 안 된다고 지침은 강조했다. ‘정신 검사(sanity check)’도 정신질환자를 비하하는 말이라는 이유로 같은 지적을 받았다.

다만 미국 보수층에선 이러한 움직임을 비판하는 견해도 나온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성명에서 “정보원들이 테러범 검거가 아니라, 테러범 기분을 상하게 할지 걱정하는 데 시간을 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미국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골자로 한 ‘문화 전쟁’에 휩쓸리고 있다”고 짚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