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짧게 흥행대박…“2030 백화점 가면 ‘여기’부터 달려가요”
가상아이돌 등 이색 매장 다채
‘더현대’ 한달 평균 10억 매출
유망 중소브랜드 판로 역할
주변매장에도 연쇄 파급효과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을 찾은 직장인 신 모씨(30)는 “백화점 팝업스토어만 돌아도 요즘 유행하는 게 뭔지 다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팝업스토어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몇 년 전까지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쇼핑몰은 단순히 물건을 사거나,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휴일을 보낼 수 있는 ‘무난한 공간’ 역할에 머물렀다. 유통업계는 짧게는 2~3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기간 동안 ‘굵고 짧은’ 흥행을 낼 수 있는 이벤트 팝업을 유치하며 성장 동력을 달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위축된 기간이 오히려 변화의 마중물이 됐다.
업계에서는 팝업이 오프라인 업계의 주류로 자리잡은 데에는 △유망한 중소 브랜드 등용문 △시즌별 마케팅 창구 △체험형 소비 공간 등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백화점들은 주력 점포를 중심으로 팝업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서 지난해에만 200개 이상의 팝업을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서 지난 3년간 평균 700건 이상의 크고 작은 팝업을 열었다.
오프라인 활동이 재개된 엔데믹 이후에도 업계가 팝업에 주력하는 것은 수익성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더현대 서울은 개점 이후 첫 2년간 팝업스토어 매출만 1200억원을 넘겼다. 이곳의 팝업은 평균적으로 한 달 기준 10억원가량의 매출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에 정식 입점 브랜드 중에서도 주력으로 꼽히는 영패션 업체들의 매출이 한 달에 3~4억원을 기록하기도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팝업이 ‘매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팝업은 젊은층 집객과 추가 매출 유발효과도 월등하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잠실점 팝업 구매 고객의 절반 이상이 20·30대로 확인됐다. 팝업을 방문한 고객이 다른 매장에서 추가 구매한 매출은 팝업 매출의 7배에 달했다. 팝업 보러 간 김에 다른 매장에서 지갑을 더 여는 셈이다.
팝업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중소형 브랜드를 실물로 만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젊은층에게 인기가 높다. 명품 및 하이엔드 브랜드 위주로 구성된 기존 백화점의 문턱을 넘지 못하던 국내 브랜드에게 판로를 넓히면서, 백화점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팝업은 일차적으로 흥행성을 확인한 뒤 백화점에 정식 입점하는 일종의 등용문 역할도 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마레디마리’ ‘어라운드율’은 각각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판교점에 최초로 팝업을 연 뒤, 압구정 본점과 더현대 서울에 정식 입점했다.
시즌별 마케팅에도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핼러윈이나 아이돌그룹 컴백활동, 푸바오 등 단발적인 트렌드를 오프라인 매장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식 인테리어 없이 빈 공간에 빠르게 상품과 브랜드를 꾸며놓고 철거도 쉽기 때문이다. 롯데 잠실점에서 미국 프로야구 리그(MLB) 서울 개막전을 기념해 ‘김하성, 오타니 X 뉴발란스’ 팝업을 열고, 푸마와 오픈 와이와이 컬래버 제품을 출시해 행사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팝업은 해당 브랜드에서 짧은 시간 동안 자체 인력으로 이벤트를 진행해 품질 관리에서 부족함이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급조 매장’이다보니 이벤트 상품이나, 담당 직원의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고객 항의도 들어온다”며 “운영 기간도 제한적이라 팝업이 흥행해도 협업을 연속성 있게 이어가기 어려운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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