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85조 쟁여놓고도 돈 걱정?…배당·자사주매입 크게 쏠 기업 어디 없나요
지난해 영업현금흐름 급감에
사채발행 및 예금·대출 늘려
현금성 자산 185조로 증가
삼전·하이닉스 합쳐 76조
M&A 등 신사업에 현금 투입
배당·자사주매입 환원 늘릴수도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기초 체력’인 현금 보유를 늘림과 동시에 인공지능(AI) 시대 투자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실탄을 장전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매일경제신문이 지난해 국내 증시 시총 상위 20개 기업(금융·보험 제외)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한 결과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85조2456억원으로 2022년 161조3023억원 대비 14.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22조1306억원과 비교하면 51.7% 늘었다.
주요 상장사들이 현금 보유를 크게 늘린 이유는 경기 둔화로 인한 실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기업의 기초 체력에 해당된다. 초안전자산을 늘리고 차입금을 조달해 경영 환경 악화에 대비할 체력을 키운 셈이다.
특히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위축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현금 보유량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가치는 76조6682억원으로 시가총액 상위 20위 기업의 합산 가치(185조2456억원)의 41%에 달했다.
작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85% 쪼그라들었고, SK하이닉스는 7조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실적이 악화되며 현금 순유입이 감소한 상황에서 곳간에 현금을 채운 셈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4조1374억원으로 전년(62조1813억원) 대비 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도 14조7805억원에서 4조2781억원으로 71% 급감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2차전지 기업들은 공격적 투자로 인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각각 14%, 41% 감소했다. 시설투자에 사용된 비용이 이전보다 수조원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적이 악화되는 경우 기업들은 예금을 늘리거나 빚을 져 곳간을 채우는 편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대부분 예금 등 초안전자산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시장의 해석이 나오면서 사채 발행, 은행 대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도 현금 확보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회사채 발행 규모는 26조2373억원으로 전월 대비 4.5% 늘었다.
빚을 늘려 현금을 확보한 경우 리파이낸싱(차환) 등 재무 안정화 목적으로 돈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7712억원으로 30% 이상 증가했는데 회사채 발행 등 차환용 차입금을 늘린 영향이 컸다.
이마트의 총 차입금액은 8조49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늘었다. 에코프로는 단기차입금 급증, 전환사채 발행 영향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13% 늘었다.
다행인 건 올해 들어 국내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가 반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 상황이 좋아진다면 막대한 현금 보유량은 새로운 사업 창출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순이익은 전년 대비 5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AI 특수로 다양한 사업 기회가 새롭게 발생하는 만큼 올해엔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을 신사업 발굴을 위한 투자 재원으로 쓸지 주목된다.
주요 상장사들이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재원으로 현금을 쓸 가능성도 있다. 최근 주주총회 시즌이 진행 중인데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지 말고 주주가치 제고 재원으로 쓰라”고 요구하는 주주들이 적지 않다.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발맞춰 상장사들은 배당금 확대, 자사주 매입·소각을 늘리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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