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당뇨약에서 파킨슨병 억제 기전 발견…치료 실마리 되나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근육이 굳는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질환입니다.
최근 10년 새 환자 수가 60% 넘게 급증했지만,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데요.
국내 연구진이 당뇨약을 통해 치료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합니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정승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먼저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죠, 파킨슨병과 치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승호 교수 /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치매는 현상학적 정의입니다.
인지기능 저하로 인해서 일상생활에 장애가 생길 때를 치매라고 하고, 이러한 인지기능 저하의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이 있습니다.
파킨슨병은 우리 뇌의 도파민 신경 세포가 망가지면서 가만히 있을 때 떨리거나, 느려지거나, 몸이 뻣뻣해지는 병입니다.
파킨슨병 환자분들도 초기에는 인지기능이 괜찮은 경우가 많지만, 진단 후 10년 정도 경과하게 되면 절반 정도의 환자에서 치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이 파킨슨병이 별다른 치료 방법이 현재로서는 딱히 없다고 알려져 있는데 왜 그런 건가요?
정승호 교수 /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파킨슨병에서 생기는 운동 증상의 원인이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래서 도파민 약제를 복용하면 이러한 운동 증상을 어느정도 개선시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근본적인 원인은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뇌속에 쌓이면서 루이소체라는 응집체를 만들고, 이것이 도파민 신경세포를 망가뜨리게 됩니다.
이 루이소체를 없애거나 더 이상 쌓이지 않게 하는 치료법이 아직 없기 때문에 파킨슨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런데 최근 파킨슨병 치료에 도움이 되는 실마리를 당뇨약을 통해서 찾아내셨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정승호 교수 /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비만치료제로도 유명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소위 GLP-1 수용체 효현제가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2상 임상연구에서 효과를 보여주었고, 현재는 3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경구 당뇨약 중 DPP-4 억제제가 우리 몸 속에 존재하는 GLP-1 농도를 올리면서 혈당조절에 도움을 주는 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파킨슨병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진행한 연구에서 697명의 파킨슨병 대상자들의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DPP-4 억제제를 복용하는 파킨슨병 환자분들이 도파민 신경세포 소실이 경미하고 장기 예후도 양호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효과가 당뇨병이 없는 파킨슨병 환자군과 비교했을 때에도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어, 당뇨가 동반된 파킨슨병 환자뿐 아니라 당뇨병이 없는 파킨슨병 환자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면 이 연구 결과가 실제로 적용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정승호 교수 /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제가 진행한 연구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후향적 연구이기 때문에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당뇨가 없는 파킨슨병에서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현재 저희 연구팀은 DPP-4 억제제가 동물실험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하여 연구를 점차 확대하고 있는데요, 아직 연구 개발 단계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치료가 적용되는 시점을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지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 같은 퇴행성 뇌질환 발생도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현재 시점에서 발병률이 어느 정도 됩니까?
정승호 교수 /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2017년도에 70만 명이었던 65세 이상 치매환자는 올해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생각이 되구요, 파킨슨병 환자는 2016년에 10만 명이 채 안되었는데 2021년도에 11만 명이 5년 사이에 넘어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이상일 때 초고령화시대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는 2023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19%로 올해 기준으로는 초고령화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측이 됩니다.
이렇게 초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퇴행성 뇌질환을 앓는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고, 이러한 환자분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 및 치료제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서현아 앵커
빠르게 늘고 있고 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어떤 증상을 겪을 때 퇴행성 뇌질환 의심해 볼 수 있을까요?
정승호 교수 /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일단 주무실 때 꿈꾸면서 팔다리를 휘젓거나 크게 소리지르는 등 잠꼬대하는 것을 렘수면행동장애라고 하는데요, 이것이 있다면 파킨슨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꼭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실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증상으로는 냄새를 잘 못 맡는 것도 전조 증상일 수 있고, 잠꼬대 증상과 함께 있으면 파킨슨병 위험성이 더 높아집니다.
치매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하고 치매로의 진행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단어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던지, 사람 이름을 잘 기억 못한다던지, 중요한 약속 날짜를 잊어버린다던지 하는 증상이 있으면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런 증상들이 있으면 주의를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뇌질환 대비책이 따로 있을까요?
정승호 교수 /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일단 병이 생기고 나면 치료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할텐데요, 저는 세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 건강한 식습관입니다.
요즘에 저희 연구자들 사이에서 중요한 주제 중에 하나가 "장-뇌 축" 가설입니다.
장의 건강이 뇌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되어있다는 것인데요, 그만큼 장 건강을 위한 좋은 식습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는 육류 대신 생선이나 해산물을 복용하고, 야채, 과일, 견과류 등을 복용하는 지중해식 식단이 치매, 파킨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로 운동입니다.
운동을 하게 되면 뇌의 신경망이 탄탄해지게 되는데 이것을 뇌의 신경가소성이라고 합니다.
운동을 꾸준하게 한 분들은 병이 생기더라도 병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강하고, 이것을 인지예비능, 운동예비능이라고 말합니다. 건강한 뇌를 위해 꾸준한 운동이 꼭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예민, 짜증, 스트레스가 많아질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아져 우리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됩니다.
항상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생활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을 줄이는 것이 초고령화시대에 뇌질환을 예방하는 습관으로 중요하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지금 치료제 개발과 다양한 맞춤형 치료를 위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는데요.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돼서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성과로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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