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심정 이해가지만, 우린 하찮은 목숨인가요”… 환자들의 호소

조희연 2024. 3. 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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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대 증원과 전공의 행정처분에 반발해 집단사직을 시작한 데 대해 환자단체들은 25일 "교수마저 병원을 떠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로 이뤄진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공의가 사라진 병원에서 그나마 교수와 전임의(전문의),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버텨줘 환자들도 이만큼이나마 버틸 수 있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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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환자단체, 사직 철회 호소
“환자들 죽어나가야 종지부 찍나
尹 제안 협의체 대화 출발점 돼야”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대 증원과 전공의 행정처분에 반발해 집단사직을 시작한 데 대해 환자단체들은 25일 “교수마저 병원을 떠난다면 환자들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로 이뤄진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공의가 사라진 병원에서 그나마 교수와 전임의(전문의), 간호사 등 남은 의료진이 버텨줘 환자들도 이만큼이나마 버틸 수 있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시작한 25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줄지어 선 환자침대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연합회는 사직을 결정한 교수들의 심정이 이해된다면서도 “‘이해한다’고만 말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은 “스승과 제자라는 관계를 생각하면 (교수들이)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에 대해 우려하는 지점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된다”며 “교수들이 과도한 업무로 탈진 수준에 다다랐으리라는 점도 쉽게 짐작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전공의와 교수들이 분주히 뛰어다니던, 이제는 텅 비어버린 수련병원들을 자주 찾아야 하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이라면서 “의사들이 환자 손을 놓고 떠나버렸는데도 병원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자들은 작금의 상황을 마주하고 절망에 빠진 심정을 소리 높여 말할 처지조차 되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31명의 환자가 진료 연기·취소 등으로 피해를 겪었다고 한다.

백혈병 환자 A씨는 2주간 항암치료가 연기된 탓에 암세포가 재발해 향후 두 달 동안 암세포를 없애는 관해유도 항암치료를 받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연합회에 “제때 치료받았다면 재발까지는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상황이 너무 원망스럽고 힘들다”고 전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배분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시작한 25일 서울 시내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질환 특성상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0%에 육박한다는 환자 B씨는 “이상 소견을 보이는 유방조직의 제거술이 연기돼 극도로 불안하다”고 호소했다.연합회는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어 나가는 상황이 돼서야 비상식적인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셈이냐”며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은 단 한 번도 환자 중심으로 운영된 적이 없었고, 이번 의료대란도 그 연장선에서 벌어진 참극”이라며 “더는 환자들이 피해 보고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환자들에게는 지금 당장 의사들이 필요하다”며 의료진의 복귀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건설적 협의체 구성이 “의료계와 정부의 극단적 대립 국면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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