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변호사의 호크아이 17] 교통사고 일으킨 운전자가 형사합의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
[교통사고형사전문 이길우 변호사] 교통사고를 일으켜 형사입건 된 이들이 피해자와 합의를 잘하는 요령을 알려달라고 종종 요청한다. 사실 답을 드리기가 결코 쉽지 않은 질문이다.
그래도 교통사고전문변호사로서 형사 사건을 상담하고 처리하면서 나름대로 쌓인 노하우가 없지는 않을 터. 특히 형사합의를 할 때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부분이 중요한데, 이걸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 의문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태도?
이번 주제를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기 전에 교통사고 사건이 일반 형사사건과 다른 점을 먼저 언급하는 게 필요할 듯 싶다. 교통사고는 다른 사건들과 달리 무죄를 다투는 경우가 흔치 않다. 뺑소니, 즉 도주운전 혐의를 받는 사건을 예로 들면 수많은 뺑소니 사건 중 실제로 억울하게 피의자가 된 경우가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에서 도주운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다른 어떤 변호사보다 결코 적게 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그러한 본 변호사 경험 하에도 그 빈도는 결코 많지 않다.
따라서 교통사고 형사사건은 유·무죄를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죄가 있는 점은 인정을 하고 형사합의와 탄원을 통해 양형, 즉 형의 정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가장 현명한 조력 방식이다.
그렇다면 결국 교통사고 사건을 해결하는 데 형사합의가 8~90%를 좌우한다는 말인데, 문제는 이 합의가 결코 쉽지 않다는 거다.
큰 교통사고를 접하는 사람은 대부분 당연히 평생 처음 그런 일을 겪었다.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며 대처방안을 마련하려 하는데, 문제는 해결책이라고 알려주는 이들 역시 비전문가이기 십상이다.
그들이 알려주는 해결책을 보면 십중팔구 괜히 연락했다가 뺨맞지 말아라, 큰 돈을 요구할 게 뻔하니 전략적으로 잘 협상해야 한다 등 나중에 생각해보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이 많다.
단언컨대 상당히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사고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큰 사고가 일어난 경우, 사고피해 당사자나 가족은 당연히 운전자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무리 냉정을 찾으려 해도 온갖 감정이 일어나게 되는데, 운전자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느끼는 이 감정을 절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피해 당사자는 사고 당시를 다시 떠올려야 하는데 이는 상당히 힘들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해)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차량 운전자는 처음부터 최소한의 성의를 보이는 건 기본이고, 만일 상대방이 불편해한다고 하면 섣불리 합의를 종용하려고 나서면 안된다.
그렇다고 합의를 종용하지 않는 행동이 비전문가 조언처럼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의미도 아니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 라는 생각이 자연히 나올거다. 그래서 첫 접촉이 너무나 중요하다.
일단 방법론을 하나 말씀드리면, 설사 대리인을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반드시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해야한다. 매우 어려운 문제임을 본 변호사는 잘 안다. 너무나 많이 겪은 상황이니까.
하지만 이 때 사고 운전자는 용기를 내야한다. 때에 따라선 피해자나 가족들로부터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한다. 진실되고 겸허한 자세로 계속 사과를 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사고에 대해서 본인 입장을 말해서는 안된다. “이 사고로 나 역시 힘들다” “트라우마가 생겼다” “보상을 하려면 돈을 마련해야 하는데 가진 재산이 많지 않다” ”사고의 원인이 나한테만 있는 건 아니다“ 등등
사고 자체에 대한 원인과 과실, 책임소재는 추후 검찰이나 법원에서 따지면 된다. 사고가 일어난 수사 초기에 운전자 본인이 그걸 가지고 다툴 필요는 전혀 없다. 물론 나중을 대비하여 증거 수집이나 자료 준비를 하는 건 현명한 일이다.
이렇게 사건 초기에 하는 진실한 사과 등 대응이 결국 끝에 가서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합의에 이르게 될 때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하나 더, 만일 여기서 운전자가 운전자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또 다른 의미로 상황이 심각해진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당하여 피해자가 1급 장해를 입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2024년 이후 출시된 운전자보험에서 지원되는 형사합의금은 최소 1억원에서 2억원 정도다. 그런데 만일 운전자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지 않다면 사고 운전자는 형사합의금을 전부 본인 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일반인이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거라 믿는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본인과 비슷한 입장을 가진 다른 이들이 받는 형사합의금 액수를 볼 때 그에 훨씬 부족한 금액을 받고 합의를 해줄 리 만무하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해보자.
첫째,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만날 때는 용기를 갖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거듭 사과를 한다.
둘째, 사과를 할 때 절대로 운전자 본인 입장에서 힘든 상황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운전자보험에 반드시 가입을 해야 한다. 단, 하루라도 미룰 일이 아니다. 인터넷이든 설계사를 통하든 지금 당장 가입하기를 강하게 권한다.
|이길우 법무법인 엘케이에스 대표변호사. 공대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기도 했지만 뜻한 바 있어 사법시험을 2년 반 만에 합격하고 13년째 교통사고 형사전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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