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 경제개혁 강행에
서민·중산층 고통 이어져
수십만명 운집해 불만 표출
서민·중산층 고통 이어져
수십만명 운집해 불만 표출
1976년 3월 24일 발생한 이 쿠데타는 육군 사령관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가 가톨릭 교회의 암묵적인 지원을 얻고 국가 위기를 해결한다는 명목하에 일으킨 것이다. 수많은 군사정권 희생자를 낳은 만큼 이 집회는 '진실과 정의를 기억하는 날'로 불린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5월 광장에는 지팡이를 든 노인부터 젊은 부부, 청년들과 어린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과 각종 단체 회원들이 행사 시작을 한참 앞둔 오전 11시부터 운집해 있었다.
아홉 살 딸과 함께 나온 아구스티나(39·대학교수)는 "아이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해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데리고 왔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집회에서는 과거 쿠데타 정권뿐만 아니라 현 밀레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터져 나왔다. 집회를 앞두고 밀레이 정부에서 공개한 12분짜리 동영상이 계기가 됐다. 해당 영상에서 밀레이 정부는 "군사 쿠데타 전에 이미 '불순분자'들에 의한 군인 상대 테러가 발생했으며, 군사 독재 정권의 피해자는 알려진 3만명이 아니라 수천 명 수준"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같은 영상이 공개되자 시민들은 쿠데타 48주년을 맞아 거리로 나와 강하게 반발했다. 연단에 오른 에스텔라 데 카를로토 '5월 광장 어머니회' 회장, 아르헨티나 출신 노벨 평화상 수상자 아돌포 에스키벨 등은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면서 밀레이 정부가 군사 독재 만행을 부정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후 불거진 다양한 개혁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정부 출범 이전부터 고강도 긴축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 과정에서 서민들은 불가피하게 고물가와 불경기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가톨릭대(UCA) 산하 사회부채관측소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빈곤율은 2023년 12월 49.5%에서 2024년 1월 57.4%로 20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UCA는 보고서를 통해 "밀레이 정권 출범 후 가장 경제적으로 고통받는 계층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지 않는 중산층과 일부 서민층"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 페르필은 "이번 집회가 군사 정권 쿠데타 기념일을 넘어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성격을 띠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