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 없는데..‘ai’로 430억 번 카리브해 작은 섬, 무슨 일?
인구 1만5000명인 영국령 섬 전체 GDP의 10%를 ai 수입이 차지
북유럽서 ‘now’ 뜻하는 .nu를 헐값에 판 섬나라 니우에는 뒤늦은 통탄
인공지능(AI)이 일상에서도 붐을 일으키면서, 푸에르토리코 동쪽에 위치한 카리브 해의 작은 영국령 섬 앵귈라(Angulilla)가 떼돈을 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인구가 고작 1만6000명인 이 작은 섬(면적 102㎢)이 전세계의 AI 붐으로 인해 작년에 벌어들인 수입은 3200만 달러. 섬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한다. 앵귈라가 특별히 AI 산업이 발달한 것도 전혀 아니다. 오로지 인터넷 주소에서 .kr(대한민국), .jp(일본)을 뜻하는 국가코드 최상위 도메인이 앵귈라의 경우엔 .ai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AI 기업들이 자사 인터넷 주소에 앵귈라의 국가도메인인 .ai를 사용하면서 연간 사용료를 이 섬의 재무부에 낸다.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인 X의 인터넷 주소도 ‘x.ai’다. 기업들뿐 아니라, 기억하고 부르기 쉬운 인터넷 주소를 선점하려는 투기꾼들이 .ai에 몰린다. 덕분에 2018년에 50달러였던 ai의 연간 사용료는 현재는 이 섬의 경매를 통해 140달러부터 수천 달러에 달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앵귈라는 전통적으로 관광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팬데믹과 2017년의 허리케인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뜻밖의 돈이 들어오면서, 이제 70세 이상 인구는 의료서비스가 무료다. 섬 정부는 주민들이 해외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산도 편성했다. 또 수백만 달러를 들여 직업훈련 센터와 학교, 공항, 스포츠 시설, 공연장 등을 새로 짓고 있다.
이 섬의 대표인 엘리스 웹스터는 “어떤 이들은 횡재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그냥 ‘신이 우리에게 미소지었다’고 말한다”며 “이토록 (.ai) 수입이 막대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이런 막대한 .ai 수입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올해도 작년과 비슷할 것으로 섬 관리들은 전망한다.
인터넷 주소의 국가코드 도메인을 둘러싼 횡재는 앵귈라가 처음은 아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작은 나라인 오세아니아의 인구 1만 명인 투발루(.tv)는 2000년 9월에 캐나다의 한 TV 방송사에 국가도메인 .tv를 5000만 달러에 팔았다. 이 수입으로 이 나라의 여러 섬들에 전기를 공급하고, 장학기금을 설치했고, 유엔에도 가입했다.
반면에, 같은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니우에(.nu)는 속아서 ‘헐값’에 팔았다며, 20년째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1990년대말 한 미국인 기업가가 인구 2000명이 채 안 되는 니우에 정부에 접근해 전 주민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에, .nu를 자신에게 팔라고 제안했다. 니우에 정부로선 아무리 봐도, .nu가 투발루의 .tv처럼 막대한 수익을 초래할 국가코드 도메인으로는 판단되지 않는 상황에서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해 2000년 이를 팔았다.
그러나 섬나라 니우에 주민들이 꿈에도 몰랐던 것은, 지구 반대쪽인 스웨덴ㆍ덴마크ㆍ네덜란드 등지에서 .nu는 ‘지금(now)’을 뜻하는 단어라는 사실이었다. 이 지역의 기업, 단체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인터넷 주소 바로 .nu를 붙이기를 선호한다. 많은 스웨덴 언론매체의 인터넷 주소도 .nu로 끝난다.
뒤늦게 ‘사기당했다’고 생각한 니우에 정부는 2018년 .nu 주소를 관리하는 스웨덴인터넷재단을 상대로 3000만 달러의 배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니우에 정부는 .nu를 되찾기만 해도 이 도메인 사용료로 연간 200만 달러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2020년 재판에선 니우에가 졌고, 스웨덴 법원의 최종 판단이 곧 있을 예정이다. 니우에의 총리 달턴 카겔라기는 지난 달 “우리는 디지털 식민주의의 희생자들이다. .nu이라는 도메인은 니우에가 주권국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우리의 정체성에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오랫동안 거대한 바다 속의 작은 섬나라로 무시당했지만, 모든 나라는 크기에 관계 없이 공평하게 동등하게 대우 받아야 한다. 이건 도덕의 문제”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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