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정위 조사관 ‘밀착 마크’…‘방어권’ 오남용하는 기업들

안태호 기자 2024. 3. 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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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조사관들이 현장조사를 나가면 기업과 계약한 대리인(변호사)이 조사관 옆에 딱 붙습니다. 그리곤 조사관이 살피는 (모니터 속) 폴더, 파일 하나하나에 대해 공문에 담긴 조사 범위와 다른 내용이라며 딴지를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ㄱ 과장이 "일부 기업들이 현장조사에서 절차적 방어권을 과도하게 쓰면서 공정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전해준 현장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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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평가보고서 입수
“‘조사 절차 방어 권리’가
조사·심사능력 해쳐선 안돼”
연합뉴스

“공정위 조사관들이 현장조사를 나가면 기업과 계약한 대리인(변호사)이 조사관 옆에 딱 붙습니다. 그리곤 조사관이 살피는 (모니터 속) 폴더, 파일 하나하나에 대해 공문에 담긴 조사 범위와 다른 내용이라며 딴지를 겁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ㄱ 과장이 “일부 기업들이 현장조사에서 절차적 방어권을 과도하게 쓰면서 공정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전해준 현장 분위기다.

공정위가 지난해부터 조사받는 기업의 절차적 권리 보장 강화를 강조하면서 내부에서는 조사에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개선할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외부 평가위원들의 주문이 나왔다. 기업의 ‘조사절차 방어권’이 공정위의 ‘조사·심사할 능력’마저 해쳐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25일 한겨레가 입수한 공정위의 ‘2023년 자체평가 결과보고서’를 보면, 외부 평가위원들은 “피조사업체가 조사절차를 오남용할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효과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4월 피조사기업에 대한 절차적 권리 강화를 위해 조사·사건절차규칙을 개정해 시행한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외부 평가위원(명단 비공개)은 교수 등 경쟁법 전문가로 구성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조사·정책 부서 분리를 뼈대로 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사처장(1급) 직위가 신설되는 등 조사 기능이 대폭 강화됨에 따라 그 반대급부로 피조사기업의 권리도 강화하려는 취지가 담겼다. 먼저 공정위 조사관이 현장조사에 나설 때 작성하는 공문에 조사목적 등을 구체적으로 써넣도록 했다. 조사 뒤 심의단계에서 피조사기업이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할 수 있는 예비의견청취절차도 신설됐다.

한겨레가 의견을 물은 과장급 직원들은 일부 기업이 이를 오남용하는 실제 사례를 생생하게 들려줬다. ㄴ 과장은 “현장조사에 나선 조사관이 특정 자료가 조사목적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기도 전에 변호사가 나서서 무관한 자료라며 막아선다”며 “조사관이 이 자료들이 왜 조사에 필요한지 설명해주는데, 그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현장조사에 대응하는 변호사 수를 대폭 늘린 사례도 들린다. ㄷ 과장은 “통상 조사관 5명 정도가 현장조사를 나가면 변호사 1∼2명이 나와 대응한다. 하지만 조사절차를 강화한 뒤에 한 국내 유력 온라인쇼핑 플랫폼의 경우 조사관 1명에 변호사 1∼2명이 붙어 조사 기간 내내 따라다닌다”고 귀띔했다.

예비의견청취절차로 인해 공정위 지방사무소 직원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지방사무소 과장 ㄹ씨는 “직권조사(인지조사) 중심의 공정위 본부와 달리 신고 사건만 다루는 지방사무소 사건은 신고인·피신고인의 갈등이 첨예한 터라 피심인도 대리인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 우리 쪽에 액션을 취하려 한다”며 “예비의견청취절차 도입 뒤 변호인들이 이를 수차례 신청하면서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평가위원들 지적에 따라 올해 하반기 내에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공정위 쪽은 “새로 도입된 제도가 조사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살펴본 뒤 문제가 있다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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