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채상병 사망 사건? "조그마한 사고"

김민찬 mckim@mbc.co.kr 2024. 3. 2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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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호주대사에 대해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시켜 준 지난 8일.

관심은 대통령실, 더 정확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로 쏠렸습니다.

출국금지까지 해제시켜 가며 이 대사를 이렇게 급하게 출국시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MBC는 설명을 듣기 위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 취재를 했습니다.

이 대사가 신임장을 받고 떠나는지, 언제 받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출국금지 사실을 이종섭 대사 지명 이후에 알았다는 게 맞느냐고 물었습니다. 공수처로 고발장이 접수된 게 지난해 9월이니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거는 공수처의 문제고 시민단체의 문제다" "정부 입장에서는 조그마한 사고가 있는데 그것이 불행하긴 하지만 지금 전 해병대 지휘관이 이제 법적인 문책을 받아야 된다는 거에 대해서는 국방장관이 의견을 가질 수는 있다. 정부는 그거를 사법적인 대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실종자 수색 중 숨진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을 이 관계자는 "조그마한 사고"라고 표현했습니다.

구명조끼도 없이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렸던 군인이었고, 청년이었고, 그리고 부모에게는 소중한 아들이었습니다.

나라가 지켜주지 못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그저 "조그마한 사고"로 규정한 겁니다.

채 상병 죽음이 억울한 희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건 진상 규명이 첫 번째입니다.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누가 수사 결과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에서 "조그마한 사고"라는 표현에는 진상 규명의 의지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채 상병의 죽음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으니, 채 상병 사건을 바라보는 대통령실 전반적인 시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피의자 신분인 이 대사에 대해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도 했습니다.

공수처가 고발 내용을 제공한 적도 없다고 한 만큼, 고발 내용을 대통령실이 어떻게 미리 확인한 것도 의문이지만, 대통령실이 사실상 결론까지 내린 걸로 판단됩니다.

대통령실로선 채 상병 사망 사건 자체가 "조그마한 사고"이다 보니, 이후 벌어진 수사 외압 의혹 역시 문제가 없다는 게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대통령실이 채 상병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또 다른 곳에서도 드러납니다.

지난 14일 대통령실이 이종섭 대사 도피 논란과 관련해 '공수처-야당-좌파 언론이 결탁한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던 날.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사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으로 작년 10월 장관직에서 물러난 만큼, 그에 대한 보답 형식으로 호주대사에 임명됐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지휘관 지시로 안전 장비 하나 없이 물에 들어가,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장병에 대해서는 "조그마한 사고".

그 때문에 장관직에서 물러난 사람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

어쩌면 이 말들이 윤석열 정부가 채상병 사건과 이종섭 대사 의혹을 바라보는 인식을 설명해 주는 키워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는 중에도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관련자들은 줄줄이 영전했습니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국민의힘에서 총선 단수 공천을 받았습니다.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임기훈 전 안보실 국방비서관은 각각 육군 56사단장, 국방대 총장으로 한 단계씩 진급했습니다.

지난 1월, 채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가 가까스로 구조되었던 생존 장병 어머니는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고의 원인을 알고 싶습니다. 세상을 떠난 채 상병과 제 아들, 그리고 동료들에게 이 사건이 ‘너희 책임이 아니다’라는 말을 꼭 건네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명백히 밝혀야만 합니다. 그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할 아이들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채 상병을 위해 조금 더 먼저 산 어른들이 해야 할 몫이라 여겼습니다."

김민찬 기자(mckim@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politics/article/6583133_364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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