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차별 피해 ‘죽음의 바다’ 오르는 로힝야 난민

김서영 기자 2024. 3. 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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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아체에 도착한 로힝야 난민들이 23일(현지시간) 임시 거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방글라데시를 떠나 동남아시아로 향하던 로힝야 난민이 탄 배가 전복되는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 내 로힝야족을 향한 탄압은 더 커졌지만 해결이 난망한 상황이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북단 아체 해안에서는 이날 밤까지 남성 44명, 여성 22명, 아동 9명 등 75명이 구조됐다.

이들은 지난 20일 방글라데시에서 출발한 나무배를 타고 항해하다가 배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해당 선박에는 로힝야 난민 약 150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3일 해안에서 시신 3구가 발견되면서 승선자들에 대한 구조 작업이 시작됐다. 이후 수색이 이어지며 수습된 시신은 5구로 늘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사망자들은 전복돼 침몰한 배에 타고 있던 로힝야 난민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로힝야 난민이 해상에서 선박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방글라데시를 탈출하려다 사망 및 실종된 로힝야 난민은 569명으로 2014년 이후 가장 많다.

대부분 이슬람을 믿는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오랜 세월 탄압받다가 방글라데시로 피신하며 난민이 됐다. 2017년 미얀마 군부가 대대적으로 로힝야족 진압 작전을 벌였을 때 국경을 넘어간 이들은 약 74만명이며, 현재까지 로힝야족 약 100만명이 방글라데시에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방글라데시에서도 특정 구역에 밀집해 살아야 하는 등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찾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 가는 배에 몸을 싣는 로힝야 난민이 늘었다. UNHCR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로힝야족은 2300명 이상으로 이는 지난 4년 동안의 도착자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인도네시아 아체에서 24일(현지시간) 구조대원들이 전복된 로힝야족 난민선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인양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내에서 로힝야 난민 반대 여론이 고조됐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난민들이 현지 주민들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거나 난민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등의 주장이 퍼졌으며 아체 지역에선 주민들이 로힝야족을 돌려보내라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말레이시아는 유엔 난민협약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민을 받아들일 의무가 없으나 일반적으로는 임시 거처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얀마에 남은 로힝야족은 더 가혹한 박해에 처했다. 쿠데타 4년 차를 맞이한 현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부터 성인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군 징집을 시작했는데, 소수민족이 우선 징집 대상이 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징집을 피해 달아나고 있지만, 로힝야족 약 60만명은 라카인주의 특정 구역에서만 거주해야 하는 등 이동이 제한된 형편이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한 로힝야 인권 운동가는 “적어도 로힝야족 1000명이 끌려갔다. 일부는 이미 전장에 투입됐으며 인간방패로 동원돼 수십명이 사망했다”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투와 공습 때문에 로힝야족이 미얀마에서 또다시 정면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2017년 미얀마 군부가 벌인 성폭행, 살인, 방화 등 로힝야족 탄압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나 속도가 더디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가 벌이고 있는 소수민족 탄압을 집단학살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인권단체 포티파이라이츠의 스미스 매슈는 “쿠데타 발생 3년이 지났지만 ICC 회원국 중 미얀마를 ICC에 회부한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 이는 도덕적 실패지만 바로잡을 수 있는 문제”라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하노이 | 김서영 순회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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