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유치도, 강제 매각도 어렵다... CJ CGV ‘CGI홀딩스’, 상장기한 재연장 유력
CJ CGV가 중국 등 아시아 사업 통합법인인 CGI홀딩스 소수지분 매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CGI홀딩스는 홍콩 증시 상장을 조건으로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으로부터 3336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상장이 불발되면서 새로운 투자자를 찾거나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CJ CGV는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를 찾아 기존 투자자에게 ‘엑시트’(투자금 회수) 길을 열어주는 게 최우선 목표지만, ‘침체에 빠진 극장 사업자의 소수지분’이란 점 때문에 외면받고 있다.
일각에선 CJ CGV가 아시아 사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매수청구권(콜옵션)을 가졌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탓이다. 반면 기존 투자자는 CJ CGV가 보유한 72% 넘는 지분을 묶어 팔 수 있는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갖고 있다. 즉 FI 주도로 매각 절차를 밟게 된 11번가 유사 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양측이 상장 기한 재연장에 합의할 가능성이 제일 높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GI홀딩스 소수지분 매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 전량(27.97%)이 대상으로 지분 매각 주관을 맡은 모건스탠리가 몇몇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접촉했지만 외면받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유발한 극장 산업 침체와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호황이 겹치면서 영화관 운영 회사의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마저도 경영권이 없는 소수지분을 누가 사려하겠나”라고 말했다.
2019년 CJ CGV는 CGI홀딩스를 중국 외에 베트남·인도네시아를 아우르는 통합법인으로 확장하면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1조1500억원으로 책정됐다. 프리IPO(상장 전 자금조달) 성격 투자 유치로 CJ CGV는 홍콩증시 상장을 약속했다. 2023년 6월까지 홍콩증시에 약 2조원 몸값으로 상장,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의 엑시트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었지만, 결국 지키지 못했다.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는 올해 6월까지로 상장 시기 연장을 해줬다. 하지만 CGI홀딩스는 홍콩증시 상장이 불가능한 상태다. 홍콩증시 상장을 위해선 2개년 연속 흑자를 내야 하는데, CGI홀딩스는 작년 193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은 100억원 순손실을 냈다.
일각에선 FI가 드래그얼롱을 행사한 11번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이 가진 지분을 되사오는 콜옵션 행사 여력이 CJ CGV에 없는 탓이다. 작년 말 기준 CJ CGV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751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11번가 지분을 보유한 FI들은 드래그얼롱을 행사해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을 포함한 지분 전량 매각에 돌입했다. 11번가의 상장이 무산된 가운데 SK스퀘어가 FI가 보유한 11번가 소수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CGI홀딩스에 대해 드래그얼롱이 행사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11번가와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11번가는 일단 투자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국민연금의 매각 의지가 높았다. 그리고 H&Q코리아는 더 이상 SK그룹과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지금의 CJ와 MBK파트너스, 미래에셋증권 등은 앞으로도 협업을 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딜로 틀어지면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드래그얼롱은 CJ CGV를 가지고 있는 CJ그룹과 완전히 등을 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전통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증권사 계열 PE인 미래에셋증권PE가 이같은 결정을 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B업계에선 CGI홀딩스의 홍콩증시 상장 기한 재연장 합의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후 극장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점이 긍정적이다. 지난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의 매출 회복 속도는 국내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CJ CGV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매출은 3090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매출은 9% 증가했다.
CJ CGV 측은 “상장 시점으로 정한 2024년 6월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장을 당장 추진하긴 어려운 만큼 일단은 소수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FI와 소수지분 매각 외 다양한 방안을 두고 수시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CJ CGV는 지난해 12월 회사채 발행으로 2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대부분 채무 상환에 사용했다. 최근 1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면서 해당 자금으로 콜옵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었지만, 대부분 영화상영부금 등 운영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출고도 안 했는데… 기아 EV3, 독일 자동차 어워드서 ‘4만유로 미만 최고車’
- 12인치 화면 쭉 당기니 18인치로... LG디스플레이, 세계 첫 개발
-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와 가까운 로비스트 大호황
- ‘메가캐리어’ 앞둔 대한항공... 조직·마일리지 통합 준비
- [벤처 인사이드] 반려동물 영양제 맞춤 제작…김봉진이 찍은 ‘퍼펫’
- [비즈톡톡] 청소년 보호에 팔 걷어부치는 SNS·게임 회사들… 소셜창·사용시간 규제 강화
- 전용 기사가 공항까지 데려다준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쇼퍼 서비스’
- [실손 대백과] 교통사고 치료비도 실손 보상 가능… 쌍방과실이면 40%까지
- [인터뷰]“트럼프 당선에 높아진 韓 전쟁 가능성…美는 대만 포기할 수도”
- [주간코인시황] ‘트럼프 당선’에 최고가 경신한 비트코인… “상승 흐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