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한동훈에 ‘중재’ 요청한 의대 교수들…尹 “유연한 처리 모색”

김현주 2024. 3. 2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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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서 중재 나서…의대증원 사태 새 국면 맞을 수 있을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 간담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올해 입시부터 늘어나는 의대 정원 2000명의 의대별 배정안을 발표한 이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최고조를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중재에 나서 의대증원 사태가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뉴시스와 의료계에 따르면 39개 의대가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날부터 사직서 제출과 함께 진료를 축소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자발적 사직서 제출과 함께 수술과 진료 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이고, 내달 1일부터는 외래 진료도 최소화해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 의대 비대위)도 25일부터 전국 40개 의대에서 교수들이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이르면 26일부터 면허정지 처분이 가능해진다. 앞서 정부는 행정 처분 사전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이 25일까지 의견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의협은 강경파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지난 22일 의협 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과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전 의협 회장)으로 후보군이 압축됐다. 두 후보 모두 강경파로 분류된다. 25~26일 2차 투표(결선)를 거쳐 26일 회장이 판가름 난다.

임 후보는 1차 투표 결과가 나온 후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려다 입을 틀어막힌 제가 선출되면 그 이상의 메시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 후보는 "당선이 되면 초심을 잃지 않고 정부의 압박을 버텨내 대한민국의 올바른 의료를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차기 의협 회장이 선출되면 '의대증원' 대정부 투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야간·주말 진료 축소나 집단휴진 형태의 총파업 같은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렇듯 의정 갈등이 정점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중재에 나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전의교협 회장단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한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국민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전의교협 측으로부터) 받았다”면서 “건설적 대화를 도와드리겠다. 문제 푸는 방식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복귀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을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 전의교협을 만나 대화를 나눈 한 위원장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정부는 의사 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위한 실무 작업에 조만간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의료계와 정부 간 강대강 대치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합리적 방안을 도출할 대화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22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윤정 전의교협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달랑 (만나자고)문자 한 통 온 게 전부다”면서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의정 간 대화의 시작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의대증원을 둘러싼 핵심 쟁점인 증원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입장을 고수하면 꼬인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대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및 진료 축소 움직임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향후 협상 테이블에 앉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 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책 제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의 요구에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도 의대증원 재검토가 필요하며 의대증원 규모와 적용 시기 등을 논의하는 전문가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평원은 의료법과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의대가 교육 여건을 제대로 갖추고 의학교육에 문제가 없는지 총 92개의 기준에 따라 평가해 인증하고 있다.

의평원은 전날 성명을 내고 "이번 증원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나 조사 활동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일시에 대규모로 이뤄진다면 의학교육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음을 일관되게 지적해 왔음을 밝힌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입학정원 배정 계획에 의하면 30개 대학이 주요변화 평가 대상이 되고, 불인증을 받는 대학은 관련 법령에 따라 정원 감축 및 모집 정지, 학생의 의사국가고시 응시 불가와 더불어 해당 대학의 폐교까지 처분될 수 있다"면서 "이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학별 증원 규모와 적용 시기를 논의하는 전문가 협의체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포함해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 안철수 공동 선대위원장은 24일 의대 증원과 관련해 "최근 의료계에서 제안된 10년 동안 1천4명(증원)안 등을 살펴보며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의사 출신인 안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내일부터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다.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강 대 강 충돌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 경기·인천에 나머지 18%를 배분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안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며 "서울을 제외한 증원 방안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교수진 준비·교육 및 수련 인프라 준비도 없는, 총선을 앞둔 정치적 접근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한다지만, 의료 현장의 수가 문제 등 구조적 문제를 먼저 풀지 않는다면 미봉책 중의 미봉책이며, 졸속이고 근시안적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의대 졸업 후 수련을 위해서나 의사로 취업·개업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분야 의사 부족 문제 해결, 의사과학자 증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료인,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 개혁의 걸림돌을 실제로 개혁해 나가면서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로드맵을 재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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