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당신의 ‘분실물, 꼭 찾아 가세요’

신현종 기자 2024. 3. 25. 0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2일 대전 유성구의 한 거리 가로수에 담배꽁초가 가득 든 페트병이 내걸려 있다. /신현종 기자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길을 걸을 때면 ‘제발 베란다 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라거나 ‘이곳에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아 주세요’라는 문구를 종종 보게 된다. 담배꽁초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문구다. 그런데 얼마 전 길을 걷다 담배꽁초가 수북이 담겨 있는 페트병이 연달아 가로수에 걸려 있는 걸 발견했다. 아마도 가로수 주변 상인 중 누군가가 담배꽁초가 길가에 버려지는 게 싫어 재떨이를 나무에 달아 놓은 듯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예상치 못한 문구가 적혀 있다.

‘담배꽁초 분실한 분들 찾아가세요’

순간, 이 문구를 인지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담배꽁초’라는 단어와 ‘분실’이라는 단어가 잘 연결되지 않아서였다. 페트병의 용도는 재떨이가 아니라 이곳에 버려진 수많은 담배꽁초 주인들을 향한 누군가의 일침이었다.

거리를 살펴보면 일반 쓰레기는 잘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담배꽁초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수구 주변이면 특히나 많은 꽁초가 몰려 있다. 담배꽁초 불법투기는 봄철 산불의 주원인일 뿐 아니라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에는 침수피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빗물받이에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으면 빗물이 잘 빠져나가지 못해 이에 따른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22일 대전 유성구의 한 거리 가로수에 담배꽁초가 가득 든 페트병이 내걸려 있다. /신현종 기자

담배를 피우다가 꽁초를 길가에 버리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구청의 현장 단속만이 아닌 안전신문고를 통하면 누구나 신고할 수 있다. 안전신문고 앱을 깔고 접속 후 안전신고, 생활불편으로 들어가 쓰레기, 폐기물을 선택해 접수하면 된다. 신고·접수를 위해서는 투기하는 상대방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장소나 상황 판단이 가능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첨부해야 한다. 차량의 경우에는 투기하는 모습과 차량의 번호판을 인식할 수 있으면 된다. 만일 주행 중이었다면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하면 된다.

신고 후 투기자가 확인되면 보상금이 지급되는데 서울시의 보상금 지급 기준액은 부과된 과태료의 20%이다. 담배꽁초, 휴지 등 휴대하고 있는 생활폐기물을 버린 경우 5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보상금의 지급 범위는 각 지자체마다 상이하며 일반적으로 최소 5천 원에서 최대 2만 원 정도의 금액이 지급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거리에서 누군가 꽁초를 버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해도 신고는 쉽지 않다. 대상자를 특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고를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는 행위 자체도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쓰레기나 꽁초의 무단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장소에 쓰레기통을 설치하거나 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쓰레기 투기를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집에서 흡연 후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는 것처럼 밖에서의 흡연도 꽁초를 되가져오는 책임이 필요하다.

22일 대전 유성구의 한 거리 가로수에 담배꽁초가 가득 든 페트병이 내걸려 있다. /신현종 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