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염소고기 수입 급증…국내시장 ‘빨간불’
국산 절반값 무기로 공세 강화
개고기 식용금지 반사이익 커져
산업 성장세…농가 보호책 필요
지난해 호주산 염소고기 수입량이 6000t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 염소고기 소비가 늘면서 고기값이 급등한 틈을 타 상대적으로 저렴한 호주산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사육규모는 되레 줄어 산업 보호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산 염소고기는 2014년 1436t이 수입되면서 처음으로 1000t을 넘어섰다. 이후 조금씩 늘어 2021년 1883t으로 증가했다. 주목되는 건 이후 신장세다. 2022년 3322t으로 76% 늘었고 지난해엔 80% 많은 5995t이 수입됐다.
올들어서도 2월까지 812t이 수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많다. 염소고기 수입 대상국은 주로 호주(99%)다. 뉴질랜드에서도 소량 들어온다.
최근 2∼3년 새 염소고기 수입량이 크게 늘어난 데는 국산과의 가격 차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한국흑염소협회에 따르면 1월 산지 흑염소 시세(생체 가격)는 1㎏당 평균 2만500원(거세염소 기준), 도축 후 지육 가격은 1㎏당 3만4000원대로 파악된다.
염소 전문 도축장 ‘우성’의 박해철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건강식품시장이 성장하며 흑염소 진액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면서 “염소 수요가 급증해 가격 또한 최근 몇년 새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반면 호주산 염소고기 가격은 국산 시세의 절반 이하로 형성돼 있다. 호주산 염소고기는 대부분 이분도체 형태로 수입되는데, 1∼2월 수입가격은 1㎏당 평균 6.3달러(22일 기준 8442원)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부터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철폐돼 국내 도착가격은 1㎏당 평균 1만원 내외로 파악된다. 다만 수입업체들이 관련 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은 1㎏당 평균 2만원 초반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물량의 30∼35%는 흑염소 진액 제조업체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산과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수육·탕용으로도 많이 팔리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호주산 염소고기가 앞으로 더 많이 수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개고기 식용 금지가 사회적 현안으로 급부상하면서다.
우리나라는 오랜 논란 끝에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식용종식법)’을 2월6일 공포했다. 해당 법에 따라 2027년부터는 개 식용을 위한 사육·도살·유통·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호주는 이같은 움직임에 주목, 전략적으로 염소고기 수출량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중국에 이어 3위 수출 대상국이었다.
MLA가 지난해 8월 펴낸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시장 중심의 염소 공급망 개발’ 보고서를 보면 “한국 내에서 개고기 먹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이어 “한국시장에서의 기회는 쇠고기·양고기보다 개에 가까운 풍미와 저지방고기를 통해 특정 요리에서 개고기를 대체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기술돼 있다.
호주산 염소고기 수입 공세 상황과 달리, 국내 시장은 사육 활성화 열기가 주춤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2년 기타가축통계’에 따르면 국내 염소 사육마릿수는 2019년 57만2305마리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50만7112마리, 2021년 44만3094마리, 2022년 43만2765마리 등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2018년 ‘염소 FTA 피해보전직불제와 폐업지원제 사업’ 시행으로 적지 않은 농가가 폐업한 데다 최근 사료값 상승으로 영세농가들이 사육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동근 오산흑염소농장 대표는 “현재 국내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외국산이 늘어나면 빠르게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육영권 흑염소협회 사무총장은 “염소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만큼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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