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잊혀서는 안 될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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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느끼는 어떤 불안감은 커뮤니케이션 연구사에서 주요 주제의 하나이다.
커뮤니케이션 불안감의 크기와 유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말을 하는 사람의 성향', '말을 하는 상황', '말을 듣는 사람의 많고 적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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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대한민국에 새로운 유형의 커뮤니케이션 불안감이 등장한 것 같아서 심정이 착잡하다. 4월10일에 실시되는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후보자를 결정하는 공천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못된 막말 언행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한국형 불안감’인 셈이다. 영향력이 사뭇 없지 않아서 공천이 취소되기도 했다.
인터넷과 다양한 형태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말과 글이 사라지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일단 디지털 공간에 공개적으로 뱉은 말이나 쓴 글이 영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누구든 과거의 행적이 언제 어디서든 소환되고 검증되어 대중에게 낱낱이 드러나고, 본인을 향한 칼날이 되어 날아가게 된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과거의 잘못을 모르는 체하고 봐주기도 하는 오프라인 세계를 벌주게 된 것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디지털 세계에서 개인정보의 노출이 확산되고 또 피해를 보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그래서 개인정보의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가 왕성해진 것이다(‘The right to be forgotten’, Weber). 유럽연합(EU)이 10여년도 전인 2012년에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한 데이터 보호법을 다루면서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와 ‘삭제할 권리’(right to erase)를 논의한 것도 그런 이유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한 자유로운 표현과 소통이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이 잦아진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잊힐 권리’ 논의에 잊혀서는 안 될 것도 있다. 국회의원과 같이 공직자가 되어 나라와 지역의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과거 언행은 ‘잊힐 권리’에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받고 사용하며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는 공직자의 언행은 언제든 소환되어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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