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휴학하고 유럽여행…그냥 포기” 前의협회장이 전한 근황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9일 오전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기 전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을 감행한 가운데,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고 발언했던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한 의대생과의 대화를 공개했다.

노 전 회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과대학생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며 “예상은 했었지만 직접 들으니 더욱 충격적”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한 의대생에게 “언론에서는 의대생 휴학 참여 비율이 30%대라고 하던데, 실제는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의대생이 “그것은 부모와 학과장의 도장 등 모든 요건을 갖춘 비율이다. 실제 참여율은 90%가 넘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의대생은 학생들 분위기에 대해 “처음엔 휩쓸려서 낸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자포자기한 분위기”라며 “일단 빨리 복귀하고 싶어 하거나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1년 휴학은 모두 당연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의대생은 또 ‘의대생들이 휴학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느냐’는 노 전 회장의 질문에 “1주일간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세상은 이렇게 사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렇게까지 악할지,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무기력한지 몰랐다. 솔직히 이제는 잘못된 것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옅어졌다”며 “사회가 정의로운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 크다. 의사를 악마화하는 것을 보고 가슴에 멍이 많이 들었다. 특히 보수층이 의사를 공격하는 것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도 했다.

정부와 평행선을 달리는 의료계가 합의가 가능할 지에 대해선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의대생들은 대표들도 없는 상태”라며 “그냥 돌아갈 의욕도 없고 어떻게 될지에 대한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의료현장을 떠난 지 약 한 달이 된 전공의들에 대해선 “정부와 합의가 되어도 돌아갈 사람이 얼마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 수련의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제 선배들은 교수들의 사직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그냥 포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23일까지 전국 의대 40곳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학칙상 요건을 맞춰 휴학계를 신청한 의대생은 누적 9109명이다. 이는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48.5% 수준으로 약 절반가량이다. 교육부는 휴학을 신청했지만 요건을 갖추지 못한 휴학계는 집계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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