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자가 말한다고 바뀌는게 없어”...정치에 등돌린 ‘이대남’ 왜?
청년정치 실종에 무력감 호소
‘이대남 바람’ 이준석에게도
“기성정치인과 똑같아 실망”
선거막판 與지지로 돌아올땐
수도권 캐스팅보터 역할 주목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24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대선과 비교해 2030 남성의 무당층 비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 18~29세 남성의 무당층 비율은 대선 두 달 전인 2022년 1월과 지방선거 두 달 전인 2022년 4월에는 각각 27%였다. 그러나 이번 총선 두 달 전인 지난 2월에는 무당층이 평균 43%로 16%포인트나 증가했다. 30대 남성의 경우도 대선 두 달 전에 무당층 비율이 19%였으나 지난 2월엔 26%로 늘었다.
지난 대선에서 2030 남성이 국민의힘으로, 2030 여성은 더불어민주당으로 쏠렸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2030 여성의 경우 꾸준히 무당층 비율이 높았다. 대선 두 달 전에도 만 18~29세 여성의 43%가 무당층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민주당에 더 많은 표를 던진 것으로 사후 분석된 바 있다.
올해 2월 기준으로 만 18세~29세 남성의 개혁신당 정당 지지율은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젊은 남성들이 무당층으로 돌아선 원인으로는 ‘정치적 무력감’이 꼽힌다. 지난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이 ‘능력주의 부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공약화하며 ‘정치적 효능감’을 자극했으나 현재는 이 같은 논의가 실종돼 버렸다는 것이다. 빈 자리에는 ‘야당 심판론’, ‘운동권 청산론’ 등 거대 담론이 들어서며 오히려 2030 세대의 ‘정치 혐오’만 커졌다는 분석이다.
매일경제와 개별 인터뷰를 한 20대 남성들도 이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작가 이윤후 씨(28)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끝난 뒤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제시돼야 하는데 지금은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크게 매력적인 인물도, 정당도 없다. 결국 내 삶에 유리한 정책을 말하는 정당을 뽑겠지만 공약을 지킬 것이란 기대도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 모씨(29)씨는 “지난 대선을 경험하면서 젊은 남성들이 의견을 말한다고 바뀔 것은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한때 ‘신선한 리더’로 부상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보였다. 창당 과정에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와 손잡는 모습이 ‘기성 정치인’과 다르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직장인 한 모씨(30)는 “윤 대통령과 서로 비방하는 모습이 추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보고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에 투표했다는 오 모씨(28)씨는 “이낙연 대표와 통합 시도를 보며 오로지 정략적인 판단만 하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여전히 청년층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 지역구 후보자 중 2030 세대는 4% 남짓에 불과하다. 청년 주거, 저출산 대책 등도 변죽만 울리고 있어 정치적 소외감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다. 청년 정치인 에이전시인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는 “2030 세대는 검찰독재, 586 심판과 같은 주제에 반응하는 세대가 아니다”라며 “정치권이 다른 방식으로 젊은이들의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 남성층의 무당층 증가 현상을 두고는 이들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2030 남성의 투표율은 70%대에 달했지만, 4년 전 21대 총선 때는 55%에 불과했다. 이번에도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민심동행 창당준비위원장은 “정치권에 배신감을 느껴도 대안이 없는 상황이고, 양당도 그것을 알고 표심을 밟고 가니 투표를 안 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예측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 모씨(25)는 “양당에 모두 실망했다. 투표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선거전이 막바지로 접어든 만큼 젊은 세대가 민감해하는 이슈가 부각될 경우 이들이 수도권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엄기홍 경북대 교수는 “2030세대가 수도권 박빙 선거구에서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며 “의대정원 이슈 등이 막판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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