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판매 금지나 조건부 허용”…전문가 “못 팔게 아닌 제대로 팔게 해야”

김지혜 기자 2024. 3. 2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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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ELS 등 고위험 상품 판매 제도·관행 손질 착수
불완전판매 차단 근본 대책 촉구

금융감독원이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제도·관행 전반을 손보는 작업에 착수했다.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투자 손실 사태 후속조치로, 판매사 성과평가지표(KPI)에 고객수익률을 연동시키거나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지점에서만 고위험상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시 지침을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별 감독·검사·소비자보호 부서가 모두 참여하는 내부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22일 첫 회의를 열고, 금융회사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제도·관행 전반의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24일 밝혔다. 협의체는 이르면 다음달 중순까지 문제점을 종합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협의체는 은행의 ELS 등 고위험상품의 판매를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을 포함해, 금융권별 고객 특성·접근성 등을 고려한 판매 제한 방식을 검토 중이다. 은행의 경우 원금 보장에 익숙한 고객 특성을 고려해 고위험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거나 조건부로 허용하는 방안까지 두루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직원이 KPI 점수를 높이기 위해 고위험상품을 무리하게 권하던 관행도 뜯어고친다. KPI를 고객의 이익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전에는 ELS 등 고위험상품을 많이 파는 직원이 KPI에서 가중 점수를 받았다면, 앞으로는 상품의 수익률이 성과평가 기준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점 단위로 고객에게 판 상품의 만기 시 수익률에 따라 성과평가를 하는 방안을 비롯해 여러 가지 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상품의 반복되는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근본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일본의 경우 재산이 많지 않은 은퇴 직전·후의 고객에게 ELS와 같은 초고위험상품을 팔 수 없도록 하거나, 상품 가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 금액을 고객이 직접 수기로 쓰게 하는 등 제도 개선을 했다”면서 “은행이라고 고위험상품을 아예 못 팔게 하기보다는 제대로 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의 투자 성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적합한 상품 권유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고위험상품의 판매 지침을 세밀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특정한 형태의 은행 지점에서만 고위험상품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험·증권 등이 결합된 은행의 특정 지점에서만 판매를 허용하고 KPI에 고위험상품 판매 실적을 아예 반영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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