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손잡고 의료대란부터 막는다…'무관용 원칙'도 양보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의료대란 막기에 나섰다. 한 위원장이 단호한 정부와 벼랑 끝 의사들 간에 중재자로 나섰고 윤 대통령은 사태 해결을 위한 유연한 대응으로 화답했다. 무엇보다 법과 원칙의 엄중함을 강조해온 윤대통령이지만 의료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서 한발 물러서는 탄력성도 보여준 셈이다.
특히 의사 집단행동의 분수령 국면에서 한 위원장의 소통 공간을 열어주면서 당의 사태 해결능력에 힘을 실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불거졌던 갈등설을 일축하고 '윤-한 원팀'을 내세웠던 당정이 국민적 최대 현안인 의료개혁 문제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대통령실은 "이에 윤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며 "또한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겸 비상대책위원장 등 전의교협 간부들을 만나 대화했다. 한 위원장은 대화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인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의료계도 정부와 건설적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저에게 전했다"며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답변을 드렸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고 떠났으나 전의교협 간부들은 이날 한 위원장에게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난 후 미복귀한 전공의들에 대한 선처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즉각 윤 대통령에게 이들의 요청사항을 전달했고 대통령은 이를 전향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갈등설을 잠재운 뒤 즉각적으로 최대 민생 현안인 의료대란 우려 해소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논란' 등으로 부각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구도는 두 사람이 22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계기로 피격된 천안함을 같이 둘러보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당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종북 세력의 준동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옛 통진당(통합진보당) 관련 인사들이 자리잡은 진보당과 손잡은 민주당 등을 겨냥한 것으로 읽혔다. 이번 총선에서도 패배하면 임기 5년 내내 입법권을 야당에 내주게 되는 만큼 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도 담겼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유연한 처리를 지시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팽팽한 대치 상황을 풀기 위해 정부가 먼저 공간을 열면서 숨통을 틔어주는 효과다.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하기로 한 25일 직전에 이런 협의와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후배이자 제자인 젊은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 등을 결과적으로 선배 교수들이 막아주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즉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집단행동에 돌입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명분이 생긴다.
정부는 대표성 있는 주체들로 대화체가 구성되면 적극 임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환자 곁을 떠난 의료진이 환자의 곁으로 다시 돌아와 주기를 당부한다. 대통령인 제가 여러분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료개혁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호소했다. 이미 의대별 정원이 발표된 '2000명 증원'은 되돌릴 수 없더라도 그외 모든 주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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