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던 소녀가 죽었어요"…'모스크바 테러' 생존자 증언들

조소영 기자 2024. 3. 2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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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6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록 그룹 '피크닉'(Picnic)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한 공연장 보안 요원은 "무장을 한 괴한들이 중앙 입구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총알을 발사하며 로비로 들어왔다"고 말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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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그룹 공연 찾았다가 봉변…"악몽과도 같았다"
어머니가 자녀 끌어안은 채 함께 사망한 시신도
22일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에 무장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최소 143명이 숨진 현장서 구조 차량들이 출동을 하고 있다. 2024. 3. 2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지난 22일(현지시간) 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6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록 그룹 '피크닉'(Picnic)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그러나 피크닉이 무대에 오르기 몇 분 전, 공연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에 따른 인명 피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40명 사망, 145명 부상으로 잠정 집계됐던 사상자는 24일 현재 최소 133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죽음의 현장에서 살아나온 생존자들은 질식할 듯한 공포에 휩싸였던 그때를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공연장에 도착해 코트를 벗고 줄을 서있던 나탈리아는 잠시 매점에 들어가려던 차에 갑자기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로이터 통신에 "총격이 내 뒤에서 벌어졌다. 모두가 비명을 질렀고 모두가 뛰었다"며 그 길로 외투도 없이 모스크바의 추운 밤을 뚫고 지하철역으로 달려갔다고 전했다. 그녀는 "끔찍한 감정을 경험했다. 악몽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한 공연장 보안 요원은 "무장을 한 괴한들이 중앙 입구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총알을 발사하며 로비로 들어왔다"고 말했다고 BBC 방송은 전했다. 다른 보안 요원 두 명과 함께 광고판 뒤에 몸을 숨긴 이 요원은 "괴한들이 1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총을 쐈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괴한들은 오후 7시 40분께 미니밴을 타고 크로커스 시티홀에 도착했다. 수십 개의 탄창이 들어 있는 전투 조끼를 입은 이들은 정문으로 향하며 길을 가로막는 모든 사람들에게 총을 쏘며 길을 텄고, 이윽고 6200명 전석이 매진된 공연장에 들어섰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 수가 93명으로 증가했다. 2024.03.2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목격자 아나스타샤 로디오노바는 "어떤 사람들은 그것(총 난사)이 일종의 특수 효과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다가 사람들이 쓰러지고 총격이 시작되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로디오노바는 누군가가 "누워 있지 말고 일어나. 그렇지 않으면 지금 당장 쏠거야"라고 소리쳤다며, 일부 남성들이 거리로 통하는 문을 부쉈을 때 본인도 함께 탈출했다고 밝혔다.

이때쯤 확성기를 통해 '콘서트가 기술적 이유로 취소됐으니 공연장을 나가달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공연장에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무대에서 주차장으로, 일부는 옥상으로 도망쳤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약 100명은 지하를 통해 탈출했다.

괴한들은 뒤이어 건물에 불을 질렀다. 일부 목격자들에 따르면 괴한들은 불을 붙이기 전 좌석과 커튼 등 여러 곳에 '액체'를 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특수부대와 긴밀히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자 텔레그램 채널은 공연장 피난 계단에서 14구의 시신이, 화장실 중 한 곳에서 28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엄마가 자녀를 끌어안은 채 함께 사망한 모습도 발견됐다.

이번 테러에서 부상을 입어 모스크바 병원으로 이송된 한 여성은 한 언론에 "그들(괴한)이 우리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고 저는 바닥에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출구로 기어갔는데, 제 옆에 있던 소녀가 죽었다"고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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