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공포의 외인구단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듬해 크게 히트한 야구만화가 있었다. 바로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사진)이다. 어린이날이면 불량만화 화형식을 하고, 만화가들이 국가안전기획부에 모여 자정 결의대회를 하던 시절에 어른들은 이 만화에 열광했다.
1986년 이장호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공포라는 단어가 심의에 결려 ‘이장호의 외인구단’이라는 제목으로 극장에서 개봉했다. 엄지를 사랑하는 외인구단의 무명투수 까치 오혜성과 한쪽 팔을 잃은 최관, 혼혈아 하국상 등이 만들어가는 꼴찌의 반란이 주된 스토리였다. 이들을 이끄는 재일교포 출신 천재 감독이면서, 선수들에게 지옥훈련을 시키는 손병호 감독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다”라는 신조를 가진 괴짜였다.
하나같이 사회의 비주류, 실패자로 낙인찍힌 이들이 지옥훈련을 거쳐 일류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남녀노소가 열광했다. 또 끝내 비극으로 끝나는 엄지를 향한 까치의 사랑에 관객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까치 역의 최재성, 엄지 역의 이보희도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의 주제곡인 정수라의 ‘난 너에게’는 만화와 영화의 인기를 업고 히트곡이 됐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일찍이 <별들의 고향>에서 영화 음악의 중요성을 체험했던 이장호 감독은 음악감독 정성조에게 작업을 맡겼다. 만화 속 대사를 살려서 만든 ‘난 너에게’는 그 시절의 빌보드차트 역할을 했던 KBS <가요톱10>에서 5주간에 걸쳐 1위를 차지했다.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실종된 요즘이지만 야구장에서는 종종 9회말 2아웃부터 시작되는 역전극이 펼쳐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포츠에 열광하는 게 아닐까.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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