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생토론·민생특위·민생특보, 뭐 하다 총선 앞에 급한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고물가·고금리 등 일상에서 느끼는 경제 문제 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전직 경제부총리들이 이끄는 민생경제특위를 출범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 논의에 즉각 착수하자고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제안했다.
‘종북’과 ‘친일’로 서로 낙인찍기 바쁘던 여야가 민생을 앞세운 것은 체감 경기가 그만큼 나빠서일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1% 상승했고, 과일값은 41.2%나 뛰어올랐다. 여기에 실질임금마저 줄어드니 저소득층은 먹거리 소비부터 줄이고 있다. 정치의 본령은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다. 총선 이슈로 급부상했지만, 여야가 이제라도 이념전보다 민생 경쟁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민생 의제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관권선거 비판 속에 올 들어 전국 각지를 돌며 연 22차례 민생토론회를 했다. 그린벨트·군사보호구역 해제, 재건축 규제·상속세 완화 등 재원 대책도 불분명한 개발·선심성 정책이 대부분이다. ‘민생’ 주제나 ‘토론’ 형식은 형해화되고, 일방적인 ‘표퓰리즘 공약’ 발표회로 불려야 할 행사였다. 단적으로, ‘대파 875원이 합리적’이라는 대통령 발언은 얼마나 민생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준다. 윤 대통령이 주기환 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을 대통령 민생특보에 임명한 것도 시끄럽다. 주 특보는 여당 비례대표에 신청했다 후순위로 밀리자 사퇴한 윤 대통령의 ‘20년 지기’이다. 평생 검찰 수사만 하던 측근을 ‘민생 전문가’라 하고 직제에 없던 민생특보를 신설했으니, 이런 ‘위인설관’이 없다.
‘운동권 심판론’ ‘이재명 심판론’만 외치던 국민의힘이 총선 코앞에 민생특위를 꾸린 것도 차갑게 식은 장바구니 민심을 느껴서일 것이다.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사) 회칼 테러’ 막말로 궁지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려는 셈법도 엿보인다. 대통령과 여당이 민생을 선거용 구호, 국면전환용 구호, 위인설관용 구호로 소비하는 셈이다. 밖으로는 ‘정권 심판’ 깃발을 들고 안으로는 ‘공천 내홍’에 빠져 있던 민주당도 그간 책임 있는 민생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민생은 국정의 목적이어야지 얄팍한 정치적 상술의 수단이 되어선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인구소멸·기후위기 등 공동체 미래와 직결된 문제도 시급하다. 이제라도 여야는 날뛰는 생활물가 대책과 서민 생계지원 방안부터 실효적인 답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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