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리스크에 `K푸드` 발목 잡힌 식품업계

이상현 2024. 3.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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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의 복리후생이나 근무환경 개선에 신경쓰기 보다는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워 노조 회원 빼앗기 싸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민노총이)여러가지 집회를 많이 하고 있지만, 정작 근로자들의 복리후생이나 근무환경 개선보다는 정치적인 프레임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 MZ 세대 직원들이 늘면서 노조 역시 기성노동단체 조합활동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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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오리온 노조 본사서 집회
"현장애로보다 정치프레임 초점"
양대노총 勢싸움에 기업 등터져
유통업계가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과 파리바게뜨지회, 파리바게뜨노동자힘내라공동행동이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SPC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모습. 화섬식품노조 제공

"근로자들의 복리후생이나 근무환경 개선에 신경쓰기 보다는 정치적인 프레임을 씌워 노조 회원 빼앗기 싸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24일 만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식품업계 내에서 노·사는 물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간 노·노 갈등이 극심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한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대 노총의 밥그릇 싸움에 식품·유통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모처럼 'K-푸드' 열풍을 타고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현장에선 양대 노조 간 세력 싸움으로 어수선하다.

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은 지난 20일 서울 양재역 인근 SP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에 대한 노조 탈퇴 강요 논란과 관련, 수사를 촉구하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지난해 750여명에 달했던 조합원들이 200여명까지 줄어든 원인이 사측과 한노총 측의 민노총 노조 탈퇴 강요 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사측에 친화적인 한노총 노조원 확보를 지원하고, 노조위원장에게 사측을 옹호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성명서 발표를 하게 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의혹에 대해 수사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허영인 SPC그룹 회장을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SPC회사측은 고의성이 적은 과실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중대재해로 조사받은데 이어 부당노동행위 의혹까지 수사받게 되자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 관계자는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도 노조 문제로 인해 수사를 받았었는데, 이번 정권에서도 부당노동행위 의혹으로 최고경영진이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고 주장했다.또 "기업을 위축시키는 분위기가 'K-푸드' 세계화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SPC 말고도 올초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오리온지회가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함께 오리온을 타깃으로 삼았다. 기자회견을 열어 "오리온의 노사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에서 회사측이 특정 노동조합의 탈퇴와 다른 조합 가입을 요구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리온측은 회사 차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오리온은 지난 2018년에도 비슷한 문제로 노사갈등을 겪으며 벌금 선고를 받은 바 있다.

민노총 측은 회원 감소의 이유로 사측과 한노총의 결탁을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민노총이 실리를 추구하는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 노동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여전히 옛 정치 프레임을 고수해서 회원 이탈이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말 쿠팡 배송 기사들이 속해 있는 쿠팡 노조는 "상급 단체인 공항항만운송본부는 정치적 활동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민노총을 탈퇴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청한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민노총이)여러가지 집회를 많이 하고 있지만, 정작 근로자들의 복리후생이나 근무환경 개선보다는 정치적인 프레임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 MZ 세대 직원들이 늘면서 노조 역시 기성노동단체 조합활동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유통업을 흔들고 있는 이 같은 노·사, 노·노 갈등이 결국 양대 노총 간의 밥그릇 싸움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양대 노총 간의 조합원 현장 채용을 둘러싼 갈등이 극한에 달했다.

한편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한노총 전체 조합원수는 132만882명이고 민노총의 조합원 수는 112만199명이다. 한노총과 민노총은 본부 기준으로 지난해 각각 392억원, 246억원의 수입을 공시했다.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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