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동전크기에 4K급 영상 거뜬… 초격차 기술로 中 철벽

이준기 2024. 3. 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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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 실감소자연구본부
1.7㎝ AR·VR용 디스플레이 선봬
OLED 개발 이어 원천기술 확보
ETRI가 개발한 AR·VR용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모습으로, 한 개의 디스플레이 크기가 0.702인치(1.7㎝)에 불과하다.
ETRI가 개발한 AR·VR용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4개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는 모습.
ETRI 연구자가 AR·VR용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글라스 시제품을 통해 노트북과 연동되는 4K급 초고해상도 영상을 보고 있다.

"30년 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세계 최초로 개발돼 희미한 불빛을 처음 낸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3연구동. 우리나라를 '디스플레이 세계 1위' 자리에 올려 놓은 성지(聖地)이자, 중국의 숨가쁜 추격에도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여전히 초격차를 확보하고 있는 OLED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ETRI 연구진들이 미래를 내다보고 당시 생소한 유기반도체를 이용한 발광다이오드 연구에 도전한 끝에 당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는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놓치지 않고, OLED 기술 선도국으로 입지와 영향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강국 이끈 ETRI… OLED 이어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로 혁신

ETRI가 OLED에 또 한번의 기술혁신을 더해 선보인 것이 'AR(증강현실)·VR(가상현실)용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1인치의 작은 크기에 수천 PPI(인치 당 화소 수·화소밀도) 수준의 높은 픽셀 집적도를 갖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의미한다.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작지만 수십에서 수백 배 확대된 큰 화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시공간 경계를 허무는 실재감과 몰입감, 사실감을 제공하는 AR·VR과 MR(혼합현실)을 구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일 찾아간 ETRI 실감소자연구실에는 ETRI가 개발한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두 대의 노트북 화면에는 서울 북촌한옥마을을 소개하는 영상과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가 각각 나오고 있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VR 글라스 시제품을 양쪽 눈에 갖다 대자 실제 북촌한옥마을에 와 있는 듯한 실감 있는 4K급 영상이 작은 글라스를 통해 마치 큰 화면으로 보듯 사실감 있게 눈에 들어왔다. 또한 180도의 넓은 시야를 확보해 노트북 화면 크기의 제약으로 볼 수 없는 영상도 글라스에서 선명하게 보여줬다.

다른 노트북에 연결된 4개의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는 각각의 디스플레이에 서로 다른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크기는 0.702인치(1.7㎝)로, 가로 1.5㎝, 세로 0.8㎝에 달해 동전 크기보다 작다. 1인치 당 화소수는 무려 3000ppi에 달할 정도로 초고해상도 화질을 구현한다. 실제로, 마이크로 크기 단위에서 구현되는 뮤직비디오 영상이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는 것과 맞먹는 수준의 화질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박찬우 ETRI 실감소자연구본부장은 "최근에 출시된 애플의 비전 프로에 들어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크기보다 더 작고, 화소 수는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며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는 얼마나 작은 크기에 얼마나 많은 수의 픽셀(화소)을 조밀하게 넣어 해상도를 높이느냐에 따라 기술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ETRI의 우수한 OLED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은 국내 대기업에 이전됐다. 중국은 현재 LCD를 중심으로 세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CD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했지만, OLED에서는 아직 추격자 신세다.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선 LCD 중심의 시장을 OLED 기반의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해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아울러,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술 고도화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게 박 본부장의 주장이다.

◇'제2의 퀀텀점프' 시도… 대체불가 원천기술 확보 나서

ETRI는 30년 넘게 미래 디스플레이를 선도해 온 기술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퀀텀점프'를 준비하고 있다. OLED 기술 우위를 기반으로 초격차 확대를 위한 대체 불가한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에 다시금 도전장을 낸 것이다.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편리하게 원하는 정보를 형상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디스플레이를 통해 제공받을 수 있는 '온디맨드 디스플레이' 개발에 시동을 건다.

ETRI가 제시한 온디맨드 디스플레이 개념은 고무줄처럼 신축성을 지녀 구부리거나 잡아 당기고, 늘리는 등 다양한 형상을 수요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스트레처블 형태의 '프리폼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게 궁극적 목표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에는 고객이 원하는 형상의 디스플레이를 자동차, 건축, 바이오,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게 다품종 소량생산의 디스플레이 공정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출연연 간 칸막이를 낮추고 국내외 산학연과 함께 대형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도입한 '글로벌 톱 전략 연구단' 사업에 온디맨드 디스플레이 원천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 제안서를 냈다.

온디맨드 디스플레이는 크게 다양한 물리적 현상과 상호작용 방식으로 사용자 요구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는 '프리폼 융복합 디스플레이'와 주위 환경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입체정보를 제공하는 '초실감 공간표시 디스플레이', 이를 구현하는 '친환경 제조공정과 소재·부품·장비 기술' 등으로 나눠 산학연 간 협업해 개발에 나선다.

박찬우 ETRI 실감소자연구본부장은 "LCD를 내세워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하기 위해선 OLED 기반의 '프리폼 디스플레이' 개발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며 "내구성과 해상도, 전력소모 등의 측면에서 기술을 고도화해 맞춤형 프리폼 디스플레이라는 새로운 운 시장을 만들어 가는 선도자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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