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장 밖 자료’ 보관이 합법이라는 검찰의 위헌적 주장

한겨레 2024. 3. 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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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서버에 저장해온 사실을 인정했다.

전자정보의 기술적 특성상 선별·추출한 편집본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데, 편집본 형식에 대하여 기술적 오류나 조작 등 이의 제기가 많아 이를 방어하기 위해 영장 밖의 자료라도 일시적으로 보관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애초에 영장 범위를 벗어난 자료는 압수해서도 안 되고 보관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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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검찰청 앞

대검찰청이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서버에 저장해온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공판 과정에서 증거능력의 다툼에 대비하기 위한 불가피하며 합법적인 행위라는 위헌적인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행위를 버젓이 해온 것으로도 모자라 아전인수 논리로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대검은 한겨레가 ‘언론인 압수물 무차별 수집’을 보도한 지 이틀이 지난 23일에야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전자정보의 기술적 특성상 선별·추출한 편집본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는데, 편집본 형식에 대하여 기술적 오류나 조작 등 이의 제기가 많아 이를 방어하기 위해 영장 밖의 자료라도 일시적으로 보관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며, 오만한 주장이다. 애초에 영장 범위를 벗어난 자료는 압수해서도 안 되고 보관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그런데 공판 과정에서 유죄 입증을 위해 필요하다며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압수영장에 일일이 압수 범위를 명시할 필요도 없게 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대검은 2016년 5월29일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2항(과학적 분석 결과에 기초한 디지털 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을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 또한 완벽한 왜곡이다. 이 조항은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을 하라는 얘기지, 영장 밖의 자료를 보관해도 좋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근거로 대검 예규를 개정해 “사후 검증 등에 필요한 이미지 파일을 보관할 수 있도록 하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수사기관이 강제력을 행사할 때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할 수 있도록 헌법이 명시한 이유는 기본적 인권과 사생활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증거능력 방어를 위해 헌법의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행위를 버젓이, 그것도 예규를 통해 집행하고 있었고, 심지어 그것이 합법적이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헌법 위의 존재인가.

검찰은 그동안 이른바 ‘캐비닛 자료’를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사건을 만들거나 피의자를 협박하는 방식으로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심을 많이 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캐비닛 자료가 광범위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의심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철저한 진상 조사를 통해 다시는 위헌적이며 불법적인 월권행위가 가능할 수 없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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