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스크바 테러, 왜 죄없는 시민에게 총을 겨누나

한겨레 2024. 3. 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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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공연장에서 괴한들이 관객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자동소총을 난사해 지금까지 133명이 숨졌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 보복을 무고한 시민들에게 퍼붓는다는 건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신냉전을 맞아 강대국 간 분쟁과 갈등이 더 심해졌지만, 시민들을 향한 테러에는 정치적 계산을 내려놓고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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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총기 난사 테러로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 수가 133명에 이르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각) 모스크바 크렘린 연방의회 건물 꼭대기에 러시아 국기가 조기로 게양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한 공연장에서 괴한들이 관객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자동소총을 난사해 지금까지 133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사건 직후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이 배후라고 스스로 밝혔다. 배경이 무엇이든 간에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콘서트장에 들어온 그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총격을 난사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사건 다음날인 23일 달아난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사건 관련자 11명이 검거됐다. 자신들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는 이슬람국가호라산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의 한 분파다. 이슬람국가는 2015년 11월에도 130여명의 시민이 희생된 파리 테러 등 벨기에,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서방에서 잇따라 대형 테러 사건을 일으킨 바 있다. 러시아는 체첸 등에서 일어난 무슬림 지역 분리주의 독립운동을 강경 진압했고, 이는 중앙아시아 무슬림 사이에 러시아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 보복을 무고한 시민들에게 퍼붓는다는 건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정보기관은 2주 전에 러시아에 테러 위협 경고를 했으나, 러시아는 오히려 미국이 혼선을 주거나 협박하려는 것으로 간주했다. 미-러 관계가 좀 더 긴밀했다면 이번 테러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국제사회의 균열은 그래서 위험하고 불안한 것이다. 이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이번 사건을 우크라이나와 연결지으려 하고 있다. 테러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 책임론을 피하고, 시각을 외부로 돌려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또 이번 사태가 벌써 3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해야 한다. 서로 간에 증오가 커지면 전쟁이 더 장기화되고, 예측할 수 없는 또 다른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테러는 무고한 시민들을, 그리고 비무장한 시민들을 겨눈다는 점에서 비인도적·비인간적일 뿐 아니라 비겁한 일이다. 그런데 금세기 들어 국제정치적 분쟁으로 애꿎은 시민들이 전쟁터가 아닌 일상에서 갑자기 참사를 겪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전세계가 이번 테러를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있지만, 규탄으로만 끝내선 안 된다. 신냉전을 맞아 강대국 간 분쟁과 갈등이 더 심해졌지만, 시민들을 향한 테러에는 정치적 계산을 내려놓고 함께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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