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르 대관식' 직후 러시아 심장부 뚫렸다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4. 3. 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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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서 대규모 총격테러
러시아 '무슬림 박해' 이유로
이슬람세력 보복 테러 거듭
IS, 이번에도 "러 타격줬다"
美, 2주전부터 테러위험 경고
푸틴 우크라와 전쟁확대 별러
우크라 "떠넘기지 말라" 반발
지난 22일 밤(현지시간) 총격 테러와 화재가 발생한 러시아 모스크바 크로커스 시티홀 콘서트장에서 소총으로 중무장한 당국 요원이 주차장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슬람국가(IS)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총격 테러가 최근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이슬람 세력은 과거 러시아가 체첸,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에서 무슬림을 박해했다는 이유로 수십 년간 러시아에 지속적인 테러를 가해 온 바 있다. IS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지만, 러시아는 IS가 아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정부가 IS의 콘서트장 테러 공격 책임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격범 4명의 공격으로 일어난 이번 모스크바 테러는 133명이 사망하고 건물이 화재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IS를 배후로 지목했고, IS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IS 자체 선전 매체인 아마크통신은 복면을 쓴 4명의 남성을 공개하며 성명을 통해 "유혈 공격으로 러시아에 강력한 타격을 줬다"고 밝혔다. 테러 소행 단체는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IS호라산(ISIS-K)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이날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검거된 테러범 중 1명은 당국의 신문 과정에서 "지시자가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살해하라는 임무를 맡겼다"고 진술했다. 타지키스탄 언어를 쓰는 그는 지난 4일 튀르키예에서 무기를 구해 러시아로 입국했으며, 범행을 대가로 100만루블을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이달 초부터 테러 공격 정보를 입수하고 러시아에 이를 경고했다. 에이드리엔 왓슨 미국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번 공격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IS에 있다"며 "우크라이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발표했다.

과거 러시아에서 발생한 테러 대부분도 이슬람 세력에 의한 사건이었다. 지난 20년간 러시아와 관련된 주요 테러 사건은 이슬람 세력과 연계된 체첸분리주의 반군과 IS에 의해 벌어진 사건이 많았다. 러시아가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했던 체첸공화국과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등은 무슬림이 다수 사는 지역이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대이슬람 정책에 반대하며 지속적인 테러를 가해 왔다.

FT는 당초 유럽을 테러 대상지로 지목했던 ISIS-K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감시가 느슨해진 모스크바를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과거 테러 위협 대상으로 이슬람 감시에 매진해 왔지만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초점을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자국민으로 전환하면서 테러 대응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카말 알람 대서양위원회 연구원은 "무슬림이 다수인 체첸을 제압하고 푸틴은 이슬람 무장세력과의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밀리턴트와이어의 루카스 웨버는 "러시아가 시리아와 아프리카 전역에 개입하고 탈레반과 관계를 맺은 뒤 적대세력인 IS의 테러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이번 테러가 푸틴 대통령이 지닌 모스크바의 안보에 대한 환상을 깨뜨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한 러시아'를 강조했지만 모스크바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시점을 고려할 때 ISIS-K가 푸틴 대통령의 5선 대관식 직후 테러를 기획한 것은 의도적인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방심했던 이슬람 세력에 공격을 당했지만 우크라이나에 화풀이하겠다는 의지만 피력했다. FT는 푸틴은 테러리스트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하다 체포된 점만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이 범죄를 저지른 모든 가해자와 조직은 처벌을 피할 수 없고,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성명을 통해 "어제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로 푸틴 대통령 등 쓰레기들은 모두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만 한다"며 "그들은 늘 같은 수법을 쓴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은 이번 일로 러시아 시민을 상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로 떠넘길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모두 뻔하게 예측 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은 성명에서 "모스크바 테러 공격은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전쟁을 더욱 확대하고 확장하려는 것이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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