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아파트 전세난 속 둘째 낳을 결심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4. 3. 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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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기의 웃음에 녹아 둘째를 가지려는 유혹에 절대 넘어가지 마라."

2세 탄생을 앞두고 들떠 있던 30대 후배 A가 결혼과 육아 선배들로부터 들은 조언을 전하면서 심란한 마음을 토로했다.

가정을 이뤄 새롭게 출발하는 후배 세대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의 그늘이 너무도 크고 짙었다.

하지만 MZ세대 후배들은 선진국 국민으로 태어나 1기 신도시를 계기로 대규모 공급된 아파트에서 물질적 풍요를 당연시하며 커온 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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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키드 MZ세대
주거수준 눈높이 높아
결혼·육아 부담 가중
서울전셋값 44주 상승세
오락가락 규제정책 대신
수요맞춤형 공급책 필요

"첫아기의 웃음에 녹아 둘째를 가지려는 유혹에 절대 넘어가지 마라."

2세 탄생을 앞두고 들떠 있던 30대 후배 A가 결혼과 육아 선배들로부터 들은 조언을 전하면서 심란한 마음을 토로했다.

예비 아빠의 기대를 무참히 꺾은 이 발언에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를 새삼 떠올려본다. 생명의 탄생이 더 이상 축복이 아닌 사회. 정상이 아니다. 미래도 없다.

다음 날 다른 후배 B로부터 둘째 아이 임신 소식을 전해 듣고 내 일처럼 기뻤다. 후배가 첫째를 키우는 정성을 알던 터라 집안의 복덩이가 될 것이라는 덕담을 나눴다. 하지만 이내 앞으로 이 맞벌이 부부에겐 거주지와 주택 유형에서 여러 제약이 생기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두 후배가 속히 전세살이를 벗어나서 안정적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날이 도래하길 바랄 뿐이다.

최근 결혼과 육아 문제가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는 위험 요소로 떠오르면서 안정적 주거 기반 대책이 핵심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신생아특례대출 등 각종 지원정책 속에서도 현실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 출생률이 최근 10년 새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탄 배경에는 정권마다 방향타가 바뀌는 '오락가락 주택정책'이 한몫했기 때문이다.

가정을 이뤄 새롭게 출발하는 후배 세대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의 그늘이 너무도 크고 짙었다. 많은 이들이 집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겪게 했다.

요즘 신혼부부 주축인 MZ세대에 빌라 전세로 신혼살림을 시작하라고 호기롭게 말할 자신이 없다.

X세대에게 경제 성장과 삶의 질 개선은 상수였다. 낡은 단독주택이나 빌라, 아파트 등 다양한 주택을 경험해 봤지만 여전히 앞으로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MZ세대 후배들은 선진국 국민으로 태어나 1기 신도시를 계기로 대규모 공급된 아파트에서 물질적 풍요를 당연시하며 커온 세대다. 이들이 당장 편리한 삶이 가능한 아파트를 선호하고 낡은 빌라를 꺼리는 것은 어찌 보면 태생적으로 당연하다. 게다가 못된 어른들의 전세사기가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에 지울 수 없는 낙인까지 찍어버린 상태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내림세가 16주 만에 멈췄다. 저렴한 가격에 나온 급매물이 소화되고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고 대출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시장의 추세 변화를 단정 짓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서울 전셋값이 무려 44주째나 오르고 있는 것은 주택시장 신규 수요의 주축을 이루는 신혼부부의 가족 계획에 적신호다. 아파트 선호가 강화되고 비아파트는 기피되면서 기존 주거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 이런 쏠림이 시장 변화에 더욱 경직된 수급 구조로 시장 경착륙을 이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진보 정부가 현실에 눈감고 휘둘렀던 구시대적 규제가 정작 필요한 시기 주택 공급을 가로막았음을 기억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대외변수가 강했던 것만으로는 변명이 안 된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과 주택시장 경직성을 초래한 정책이 겹치면서 연착륙이 요원해졌다. 유주택자들을 범법자로 취급하고 징벌적 과세를 가하는가 하면,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제 도입 등 급격한 인건비 인상을 초래해 일자리 숫자를 줄이며 경제 활력을 떨어뜨렸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래 세대에 희망이 될 국민의 대표를 제대로 뽑길 바란다.

[이한나 부동산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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