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찾은 칼라일 항공우주 수장 … K방산 M&A 지원사격
글로벌 진출 확대 협력 논의
"기술력 뛰어난 한국 기업
유럽·북미서 잠재력 충분"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국내 방산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 도우미로 나선다.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으로 전 세계 각국이 국방력 강화에 힘쓰면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온 국내 방산 업체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방산 관련 기업 인수·투자 등 해외 확장을 적극 모색 중이다.
24일 산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칼라일그룹에서 항공 우주·정부 서비스 부문을 이끄는 이언 후지야마 대표(파트너)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국내 주요 방산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향후 국내 기업의 해외 방산 회사 M&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기간 주요 국내 방산 기업의 성장성을 주목해온 칼라일 측은 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 방산 기업 M&A를 통한 현지 진출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후지야마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한국 방산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는 건 높은 기술력과 제조 능력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유럽과 북미 태평양 전역에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킬 만한 충분한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칼라일은 세계적인 선도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또는 협력 기회를 항상 찾고 있다. 신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고자 한다"면서 "칼라일은 방산 투자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확장을 모색하는 한국 방산 기업들의 가치를 더해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 측은 이 자리에서 방산 분야에서도 공공 사이버보안, 고급 데이터 분석, 디지털 변환 등에 투자 기회가 많을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최근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 내 방산 관련 기업에 대한 M&A와 투자를 적극 모색 중이다. 이 중 LIG넥스원은 현재 미국 사족 보행 로봇 개발·제조업체 '고스트로보틱스' 지분 60%를 인수하고 미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방산 업계에서는 방위산업 특성상 해외 기업의 자국 방산 업체 인수를 제한한 국가가 많다 보니 관련 분야에 투자 경험이 풍부한 칼라일이 국내 기업들에 조력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칼라일은 세계 방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국내 기업들과 전략적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공동 투자 기회를 엿보거나 자신들이 기존에 보유한 투자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칼라일은 지난 34년간 항공 우주 방위·정부 서비스 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등 오랜 기간 관련 분야에서 쌓아온 투자 노하우와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투자한 기업만 40여 곳으로 전체 금액이 30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칼라일은 최근 해군용 잠수함과 선박을 만드는 독일 티센크루프 그룹 산하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스 지분 일부 인수를 위한 협상을 독일 정부와 진행 중이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방산 관련 기업 인수 시 현지 정부의 승인과 이사회 진출 등 풀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며 "방산 분야에 투자 경험이 많은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이 국내 기업들의 해외 M&A 추진 시 여러 문제 해결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칼라일이 글로벌 PEF 중 드물게 방산 투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보유한 두터운 정·관계 네트워크 덕분이다. 글로벌 PEF들이 대부분 미국의 금융 중심지인 뉴욕 등에 본사를 둔 것과 달리 칼라일은 정치 중심지인 워싱턴DC에 본사가 위치해 미국 정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 등이 이 회사에서 근무한 바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과 글렌 영킨 버지니아주지사도 칼라일 파트너 출신이다. 칼라일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최고경영자(CEO)는 지미 카터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일했다. 지난해 매일경제가 개최한 글로벌대체투자콘퍼런스(GAII)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칼라일 부회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냈다.
그 덕분에 칼라일 본사 대관업무팀은 업계 최고의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해온 국내 대기업들과도 업무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한편 지정학적 갈등 영향으로 글로벌 방산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방산 기업들 수출은 가파른 증가세다. 2022년 역대 최대인 173억달러 수출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140억달러 실적을 올렸으며, 올해는 200억달러 달성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풍산을 비롯한 주요 방산주도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증시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강두순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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