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감독 "이스터에그 찾아주는 관객 덕에 영화의 생명력 길어지는 것 같아" [인터뷰M]

김경희 2024. 3. 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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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32일째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2024년 첫 천만 영화로 등극한 영화 '파묘'의 감독 장재현을 다시 만났다. 언론시사 이후 한차례 인터뷰를 했었지만 오컬트 장르 최초 흥행이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인해 한차례 더 기자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

iMBC 연예뉴스 사진


영화가 흥행하는 만큼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각종 '파묘'의 밈이 돌고 있다. 감독이 숨겨놓은 영화 속 이스터에그를 찾아 이 장면이 이런 의미였다고 서로 알려주고, 그 장면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영화를 보는 등 관객들이 영화를 그저 한 번만 보는 게 아니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사골까지 우려내 계속해서 비하인드와 의미를 생산해내고 있는 상황이다.

장재현 감독은 "이번에 새롭게 느낀 건데 영화를 한번 본 사람보다 여러 번 본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더라. 최민식, 유해진 배우도 저와 비슷하게 느끼시던데 이런 N차 관람의 풍경이 낯설다고 하시며 이걸로 다시 스토리가 생산되는 것도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너무 행복한 순간이다. 관객이 다시 이야기를 만들어주고 저도 그걸로 좋은 영감을 받고 있다. 영화 팬들이 캐릭터의 생일을 물어보는 게 저에게는 큰 자양분이 되고 다음에는 더 잘 만들겠다는 다짐도 된다. 이렇게 하는 게 관객과 같이 또다시 영화를 완성해 가는 것 같고 영화의 생명력이 길어지는 것 같아 행복하다."며 이런 현상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감독은 특히 참외와 은어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더라며 "일본 역사를 뒤집어 관객들이 해석을 해줬는데 그걸 보고 나니 나도 처음부터 저렇게 생각했다고 말하고 다녀야겠다 싶더라."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감독은 "오니가 은어와 참외를 달라고 할 때 화림이가 많이 놀라고 당황하고 은어만 준다. 일본에는 참외가 없고 모과의 한 종류를 참외라고 표현하는데 이 오니가 몇백 년 전 사람이라 당시의 말을 쓰고 화림은 일본의 옛말을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화림이 패닉이 오는 듯한 표정을 짓게 되는 것이다. 은어만 알아 들어서 그걸 준비하게 된 것"이라며 아직 알아채지 못한 관객이 많은 장면을 해석해 줬다.

감독은 "캐릭터 이름, 차 번호, 차 색깔 하나하나까지 다 신경 써서 만든다. 이번 작품뿐 아니라 전작에서도 다 그렇게 만들었는데 이번 영화는 유독 너무 빨리 관객들이 알아내더라. 저는 변태스러운 성격이어서 몇 명만 알았으면 좋겠는데 너무 빨리, 많이 알려져 놀라웠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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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며 "그런 걸 이스터에그라 생각하지 않고 서사에 도움이 되라고 고심해서 만들어 낼 뿐이다. 어떤 때는 주인공 이름 만드는 데만도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인물을 새로 창조해야 하는데 자식 이름 대충 짓지 않듯이 캐릭터와 서사에 도움이 되려고 신경을 쓰다 보니 관객들은 이스터에그로 느끼시는 것 같다"며 대중이 이스터에그로 오해하지만 그저 충실한 설정일 뿐이라며 자신의 꼼꼼한 작업을 자랑(?)했다.

영화 속에는 음양과 오행이 잘 배치되어 각 챕터마다, 인물이나 에피소드마다 버무려져 나온다. 장 감독은 "첫 챕터가 음양오행인데 원래는 음양과 오행이었다. 화림과 봉길이 음과 양이라 생각했고 지관과 장의사는 오행이라 생각, 그 음양오행이 각자의 무기라 생각했다. 그런데 글씨 배열을 음양과 오행으로 하니 예쁘지 않아서 음양오행으로 줄였다. 음양오행이 중국, 한국, 일본에 다 있는 개념이지만 각자 미세하게 방향성이 다르다. 저는 제일 중요한 요소가 파묘이다 보니 흙을 베이스로 하고 그 위에 물, 불, 쇠, 나무의 요소를 움직이게 했다. 그걸 베이스로 음양오행을 만들었다."라며 영화의 초반에는 오행 중 흙을 배치, 조상귀신이 돌아다닐 때는 물을 배치, 이후에 불, 쇠, 나무를 배치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 외에도 아직 관객이 알아채지 못한 요소들은 뭐가 있냐고 물으니 감독은 "관객들이 어디까지 알아냈는지 저도 모르겠다. 심지어 저도 깜박하는 게 있는데 어떻게든 화면을 많이 채워서 이야기를 촘촘하게 채워 넣으려고 했다."며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관객들의 리뷰도 대단하다는 반응을 했다.

영화 속에 몽타주 장면으로 짧게 나오지만 화림이 일본에 가서 정령을 대하는 장면도 나온다. "화림이 일명 인턴 시절일 때 선생님을 따라 일본에 출장 가서 정령을 대하는 장면이 한 씬 있었는데 편집상 짧고 불친절하게 많이 파편화시켜서 영화에 넣었다. 한국의 굿 장면은 제가 여러 번 경험을 하고 직접 보기도 했지만 일본의 곳은 제가 직접 볼 수 었었다. 한국 무속인들이 일본으로 출장을 많이 다닌다는데 저는 따라가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봤던 만화책에서 영감을 받아 장면을 새롭게 만들었다."라며 화림의 장면뿐 아니라 갑옷 속에 칼을 넣는 일본식 굿 장면 등은 어떻게 영감을 받아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화림의 대살굿 장면이나 일본 출장굿 장면, 박지용이 누워있던 욕조의 물이 검은색으로 변하는 장면 등 편집된 장면들이 제법 있길래 천만관객 달성시 디렉터스 편을 다시 만들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장재현 감독은 "없다"라고 단박에 답했다. 그는 "블루레이나 DVD가 나오면 삭제된 컷을 서비스로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있다. 이 영화가 어떤 사람들은 불친절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친절하다고도 하더라. 어떤 이들은 너무 해석할게 많다고도 하는데 어떤 이들은 너무 쉽게 내레이션으로 처리했다고도 하더라."라며 상반된 다양한 의견이 많음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그런 반응을 일일이 다 살펴보고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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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림과 봉길의 케미가 너무 좋았기에 이 둘의 이야기로만 스핀오프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관객들의 요청도 많았다. 장 감독은 "배우가 연기를 잘해줘서 캐릭터가 사랑을 받았지만 캐릭터만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무덤은 또 파면되는데 더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게 영화의 시작이자 제일 중요한 것. 화림, 봉길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저도 그러길 기대한다."라고 답을 했다.

화림과 봉길(김고은과 이도현) 뿐 아니라 장재현 감독의 전작의 주인공('검은 사제'의 김윤석과 강동원, '사바하'의 이정재와 박정민), 그리고 최민식 유해진을 모두 모아 무속 신앙과 각종 종교 간의 대작을 만들어 달라는 팬들의 요청에 대해서도 "저도 그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각 영화들이 다 투자사도 다르고 워낙 유명한 배우여서 스케줄이 가능할까 모르겠다."라며 웃어 보였다.

'파묘'의 개봉 당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가 내한을 하며 영화 '듄'을 홍보하기도 했다. 흥행에서 '파묘'가 대승을 하며 티모시보다 묘벤져스가 더 강했다는 반응에 대해 장재현 감독은 "확실히 한국 사람은 김치찌개죠"라는 말로 감사함을 표했다.

천만 관객 이벤트로 어떤 걸 준비했냐는 질문에 장재현 감독은 "주말에 대규모 배우군단과 마지막 무대인사를 하려고 한다. 주연뿐 아니라 무속인으로 나왔던 조연들까지 같이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할 것"이라며 영광의 순간을 영화에 참여했던 모든 배우들과 함께 누릴 것 임을 알렸다.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 '파묘'는 오늘까지 10,001,642명을 기록하며 절찬 상영 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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